일본 정부가 자국산 농수산물 수입규제를 해제할 것을 한국에 요구했다. 히라사와 가쓰에이 부흥상은 동일본대지진 10주년을 앞두고 4일 한국 언론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안전성에 문제가 없음에도 후쿠시마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소비자가 심리적 불안감에서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며 한국을 직접 언급했다. 부흥상의 주장은 정부의 수입 금지 조치가 감정적으로 이뤄졌다고도 해석될 수 있다.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다.
불과 열흘 전 NHK는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우럭(조피볼락)에서 기준치 5배 이상을 초과한 방사성물질 세슘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세슘 우럭’은 전량 폐기됐지만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방출 계획으로 높아진 일본산 농수산물에 대한 안전성 우려에 기름을 붓기 충분했다. 후쿠시마산 수산물은 일본 내에서도 평균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팔리며 일본인조차 신뢰하지 않는다고 한다. 부흥상은 “방사성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하면 시장에 절대 유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에는 수입규제를 풀라고 하니, 일본 정부의 억지 주장에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안전을 위협하는 농수산물을 다른 나라에 강요하지 않는다.
정부는 현재 후쿠시마를 포함한 일본 8개 지자체에서 생산된 수산물과 일본 내 출하제한 농산물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당연히 안전성이 최우선 판단 근거다. 세계무역기구(WTO)도 이미 정부의 수입규제 조치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수입규제 해제를 요구하기에 앞서 한국·홍콩·대만·중국 등 주변국을 비롯한 15개국이 수입규제를 풀지 않고 있는 이유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일본은 전날에는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출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염수 해양 방출은 해양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국내 수산업계에도 타격을 입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일본 정부는 오는 7월 개최 예정인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안전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겠지만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원전 사고로 인한 안전성 우려를 불식해 세계를 안심시키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제사회의 공동조사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 방출과 농수산물 수입 문제는 국민 보건과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향후 일본 정부의 공세에 신중하고도 엄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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