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부자 워런 버핏은 대표적인 부자증세론자다. 그가 2011년 8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소득세율이 비서보다도 더 낮다”며 부자증세를 요구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2010년 그가 낸 소득세는 약 694만달러였지만 소득세율(17.4%)은 직원 20명의 평균(36%)보다 크게 낮았다. 그보다 70년 전 미국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제안으로 2만5000달러가 넘는 부분에 90%가 넘는 소득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부유세는 부자증세와 결이 다르다. 부과 대상이 이른바 슈퍼부자이며, 기준은 소득이 아닌 순자산이다. 미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과 버니 샌더스는 대표적인 부유세 옹호론자다. 두 사람은 지난해 대선의 민주당 경선 후보로 나서며 서로 경쟁하듯 부유세안을 내놨다. 워런안은 5000만~10억달러 자산가에겐 2%, 10억달러 이상 자산가에겐 3% 부과가 핵심이다. 샌더스는 워런안보다 과세 자산 기준은 3200만달러로 낮추되, 100억달러 이상 부자에게 8% 부과로 상향선을 높였다. 두 사람의 부유세안은 경선 탈락으로 물거품이 됐다.
코로나19가 부유세 논의를 되살렸다. 워런과 샌더스 등 민주당 의원들이 ‘초부유세법(Ultra-Millionaires Tax Act)’을 지난 1일 발의했다. 내용은 2년 전 워런안과 같다. 다른 것은 미국이 처한 사정이다. 코로나19 부양책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으나 소득 불평등은 더 커졌다. 다른 나라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앞다퉈 증세와 함께 부유세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12월 ‘백만장자세’라는 부유세법을 제정했다. 영국도 법인세 및 소득세 인상과 별도로 코로나 봉쇄로 호황을 누린 온라인 기업에 온라인 판매세와 초과이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유세 도입은 쉽지 않다. 100년 전 영국 후생경제학자 피구가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국가부채를 갚기 위해 일회성 부유세(25%)를 제안했으나 실패했다. 자본의 영국 탈출, 자산가격 하락 등을 이유로 정부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등도 비슷한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인 60% 이상이 도입을 지지할 정도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코로나19가 바꾼 세상에 대처하려면 새로운 해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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