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0일(현지시간) “아프간에서의 20년간 미군 주둔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미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인 아프간전이 마침내 막을 내린 것이다. 지난 20년간 미국의 발목을 잡았던 아프간전은 미 역사에 또 하나의 실패한 전쟁으로 남게 됐다. 미국은 2001년 10월7일 9·11테러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아프간을 침공했지만 명분도 실리도 얻지 못했다. 9·11테러 주범인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 제거에는 성공했지만 탈레반 재집권을 막는 데는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2조달러의 천문학적인 전비가 투입되고 미군 2400명이 희생됐다. 카불 공항에서의 마지막 철수 작전 과정에서 드러난 대혼란은 베트남전 패배에 이어 미국인에게 또다시 굴욕을 안겼다.
아프간전은 9·11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을 전 세계에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네오콘으로 불리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신보수주의자들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무력 개입을 통한 정권교체를 목표로 설정했다. 테러와의 전쟁은 초기 탈레반 축출 후 친미 정권 수립, 2003년 이라크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 축출 등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실패로 귀결됐다. 아프간전은 잘못된 결정이 미 대통령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줬다. 버락 오바마는 취임 첫해에 대규모 증군을 결정했고, 철군을 공약했던 도널드 트럼프조차도 수천명의 미군을 증파하는 등 아프간전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바이든 또한 아프간 철군을 계기로 대외정책의 중심을 잠재적 위협인 중국과 러시아로 전환하려 했지만 철수 과정에서의 예기치 못한 실패로 취임 후 최악의 곤경에 처하게 됐다.
아프간전 패배는 군사적 개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미 전략의 대실패를 의미한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아프간 현지 특성에 맞지 않는 정책을 고집하다 결국은 탈레반에 맞설 아프간 국가 건설에 실패했다. 이는 미 대외정책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년간 대외정책의 핵심인 테러와의 전쟁의 존폐를 결정해야 한다. 아프간전 실패를 인정하고, 그 원인을 성찰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아프간전 실패의 교훈은 오만으로는 세계 질서를 이끌 수 없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1일 오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아프간전 종전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환경이 달라졌지만 미국은 여전히 국제사회의 리더이다. 향후 국제사회에서의 미국의 역할을 보여줄 획기적인 이정표가 제시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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