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군사위원회가 지난 2일(현지시간)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를 명시한 2022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의 기밀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에 한국 등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지침도 처리했다. 두 사안 모두 미국의 핵심 국가안보 이익인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향후 한반도 안보 상황에 중요한 변수인 만큼 정부의 면밀한 대응이 요구된다.
NDAA 개정안에 주목하는 것은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를 담고 있어서다. 개정안에는 “2만8500명의 주한미군은 한반도를 안정시키는 힘이며 모든 동맹국들을 안심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부분과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들에 대한 공격을 억지하기 위해 한국 내에 현존하는 강력한 주둔군을 유지해야 한다”는 언급이 추가됐다. 주한미군의 역할이 북한의 도발 억제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 대신 지난 3년간 반영됐던 ‘주한미군 병력 하한선 유지’ 부분은 삭제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주한미군 감축을 막기 위한 의회의 견제 장치였는데,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결국 이대로라면 바이든 행정부하에서는 주한미군은 감축하지 않겠지만 이를 대중 견제에 활용할 가능성은 높아진 것이다. 미국·캐나다·뉴질랜드·호주·영국으로 구성된 파이브 아이즈에 한국, 일본, 독일, 인도를 포함시키려는 것도 대중국 견제를 위한 포석이다.
대중국 견제 강화는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전략으로, 동맹국들을 상대로 동참하라는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해외에 배치한 자국군으로 하여금 주둔국 이외에서도 작전이 가능하도록 하는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 원칙을 강조하면서 전 세계 미군 재배치 문제를 다루는 ‘글로벌 병력태세 검토’를 진행 중이다. 이번 주한미군 역할 변경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나 미 정보동맹 편입은 한국과 한반도 안보 상황에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미 정부가 자국군을 어떻게 운용하든 그것은 자유이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대중 견제에 동원되는 것은 북한 견제라는 당초의 주둔 목적에 엄연히 배치된다. 한국 정부가 줄곧 반대해온 이유이다. 무엇보다 주한미군이 대중국 군사 작전의 전초기지가 된다는 점에서 한국의 안보에 미칠 영향이 지대하다. 한국의 의지에 반하는 결정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 파이브 아이즈 동참 또한 한국으로선 득과 실이 있는 사안인 만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급변하는 미·중관계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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