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전화 회담을 했다. 지난 2월 첫 통화 이후 7개월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이 경쟁으로 인해 충돌에 빠질 이유는 없다”면서 “미·중관계를 정상 궤도로 회복시키기를 원한다”고 했다. 시 주석도 “한동안 중·미관계가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는 양국 국민의 근본 이익과 세계 각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양국 협력을 강조했다. 두 정상 모두 양국 갈등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 공감한 것이다. 두 정상의 통화는 바이든이 대외정책의 중심을 중국으로 전환하면서 미·중 갈등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뤄져 향후 양국 관계 변화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두 정상 간 통화에 관심이 가는 것은 2월 전화 회담 때와 내용이나 분위기가 판이하기 때문이다. 당시 두 정상은 홍콩, 대만, 신장 등 두 나라 간 현안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바이든이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다를 것이라는 기대는 무너지고, 향후 양국 관계에 암운을 예고했다. 실제로 두 정상 간 첫 통화 이후 미·중은 지난 3월 알래스카에서 고위급회담을 했지만 공동성명조차 채택하지 못하고 헤어졌다. 이후 7월, 8월 말~9월 초 두 차례 만나 현안을 논의했으나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소통·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이번 전화 회담이 바이든 제안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바이든은 지난달 31일 대국민연설에서 “우리는 중국과 심각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중국과의 경쟁이 미국의 핵심이익임을 선언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에 보내는 경고나 다름없었다. 당연히 중국을 자극해 미·중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런데 바이든은 예상을 깨고 중국과의 갈등 악화에 제동을 걸며 적극적 관여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중국의 우려를 해소하려는 의도이거나, 정상 간 채널을 유지하는 차원이라 하더라도 결코 나쁜 신호는 아니다.
11일은 9·11 테러가 발생한 지 20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20년간 테러와의 전쟁에 시달려온 국제사회는 안전한 세계를 갈구하고 있다. 미·중 갈등이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해선 안 된다. 미·중 정상이 조속히 만나 양국 관계뿐 아니라 코로나19 사태, 기후변화, 경제 등 지구촌의 당면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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