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5일 낮 평안남도 양덕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지난 11·12일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데 이은 도발이다. 더구나 탄도미사일은 순항미사일과 달리 유엔 안보리가 금지한 것이다. 북한이 올 들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게 처음은 아니지만 유엔이 금지한 미사일을 포함해 연속으로 도발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강한 유감을 표한다.
이번 북의 군사 도발은 그 시점이 매우 미묘하다. 한·미 북핵 협상대표는 전날 비핵화와 관계없이 대북 인도적 지원 방침을 밝혔다. 또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 기간이기도 하다. 북핵 문제는 왕이 부장 방한의 최대 의제 중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용 외교장관은 이날 왕이 부장을 만나 북한의 대화 복귀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의 협조와 지지를 당부했고, 왕이 부장도 화답하던 터였다. 이 점에서 북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이런 한국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해 “대화를 재개하는 방향으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밝힌 왕이 부장으로서도 무척 곤혹스럽게 됐다.
북한이 민감한 상황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유는 몇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우선 무기체계 고도화 목표를 달성하려는 북한의 시간표에 따른 것이다. 마침 이날 국방부는 문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했다. 세계 7번째로 SLBM을 개발한 한국을 향해 북한도 대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을 향한 대화 촉구 메시지이기도 하다. 북한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작업 시한을 앞둔 지난 3월25일 첫 탄도미사일을 쏜 바 있다. 최근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러시아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대북 제재 일부 해제를 압박하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유엔 결의 위반인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용한 대화 촉구 메시지가 되기 어렵다. 오히려 미국 내 여론을 악화시켜 아프간 철수로 궁지에 몰린 바이든을 압박할 수 있는 위험한 카드가 될 수도 있다. 지난해부터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 신형 SLBM을 발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북한이 진정 대화를 원한다면 더 이상의 도발을 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한국과 미국이 대화 카드를 내놓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을 북한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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