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쌀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게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쌀 재배면적과 생산량 통계다. 쌀값에 직접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농가 소득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8일 올해 쌀 재배면적(0.8%)과 생산량(9.1%) 모두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쌀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늘어난 것도 각각 2001년과 2015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쌀 재배면적은 쌀 생산량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생산량은 표본조사를 통해 파악하는데, 지역별 쌀 생산력이나 재배품종, 기후 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과거 국정감사 때 종종 엉터리 통계 논란이 일었는데, 실제 생산량이 통계와 차이가 나 시장에 혼란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쌀 작황이 호조라는 통계를 보는 농민의 입술은 바짝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쌀 생산량은 늘었지만 소비량이 줄어들어 쌀값이 하락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수급 불균형에 따른 내년의 쌀 과잉물량은 약 28만t에 이를 것이라 한다. 현재 쌀값은 정부의 가격 안정화 정책 덕에 예년보다 13%가량 높다. 하지만 추곡수매가 본격화하면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농민들이 많다. 과잉물량에 대한 신속한 시장 격리를 요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추곡수매는 지난달 16일 시작됐다. 올 추곡수매에서 정부가 연말까지 사들일 쌀은 공공비축미 34만t·해외공여용 1만t 등 35만t이다. 공공비축미 매입가격은 10월5일부터 12월25일까지 10일 간격으로 조사한 산지 쌀값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추곡수매는 그해 쌀 농가의 성패를 좌우한다. 밥상물가를 비롯해 모든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런 때에 유독 쌀 수매가만 오르지 않는다면 농민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혹여 정부의 잘못된 통계가 원인으로 작용해 쌀 수급 조절에 실패하고, 이것이 추곡수매가에 영향을 미친다면 농민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전남 보성에서 벼와 밀 농사를 짓던 백남기 농민이 2015년 11월 광화문 시위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원인 중 하나도 쌀 시장 개방에 따른 쌀 수급 조절 실패였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들녘에서 풍년가가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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