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이 지난 11일 폐막한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1인 장기집권 시대를 공식화하는 ‘역사 결의’를 채택했다. 중국공산당 중앙위는 회의 내용을 집약한 공보에서 “당이 시진핑 동지의 당 중앙 핵심, 당 핵심 지위,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지도적 지위를 확립한 것은 전당과 전군, 전 인민의 공통된 염원을 반영한 것”이라며 “신시대 당과 국가사업 발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역사 추진에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2012년 집권한 시 주석의 업적과 그의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찬양하며 그에게 절대권력을 부여하는 정당성을 마련한 것이다.
중국공산당 100년 역사상 ‘역사 결의’는 세 번째다. 대내적으로는 이를 통해 시 주석에게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을 잇는 3대 영도자의 지위를 부여했다. 대외적으로는 주요 2개국(G2)을 넘어 세계 최고 국가로 발돋움하라는 과제를 제시했다. 시 주석이 집권 이후 강조해온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활을 내건 ‘중국몽’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려되는 것은 미국과의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다. 시 주석의 중국 특색 사회주의 핵심 중 하나는 대국으로서 상호 존중의 기초 위에 핵심 이익을 수호하겠다는 대국 외교다. 최근 불거진 대만 문제를 비롯해 신장 인권 문제, 남중국해 문제 등 핵심 이익을 둘러싼 미·중 간 힘겨루기에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두 나라에 기후변화 대응 등 G2에 걸맞은 역할을 주문할 수밖에 없다. 다음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첫 화상 정상회담이 그 돌파구가 되길 기대한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바라보는 한국 외교도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 내 한류 금지령(한한령)과 동북공정 등 다양한 형태의 압박을 가해왔다. 절대권력을 쥐게 된 시 주석이 노골적 힘자랑에 나설 경우 한국의 입지는 더욱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표방해온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논리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딜레마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시 주석 장기집권 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외교 접근법이 필요하다.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지만, 최대한 실리를 추구할 수 있는 실용적 외교 방안을 찾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독자적 생존역량 강화와 입체적 전략 수립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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