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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공군 내 ‘제2의 이 중사 의혹’ 사건, 군은 철저히 진상 규명해야(211116)

지난 5월 성폭력 피해 이모 중사 사망사건이 발생하기 직전 유사한 희생자가 있었지만 공군이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5월11일 공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여군 A하사가 자신의 영외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군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A하사의 상관 B준위의 강제추행 혐의를 확인하고도 한 달 뒤 ‘스트레스에 의한 자살’로 종결했다고 15일 밝혔다. A하사가 숨진 시점은 이 중사 사건 발생 열흘 전이다. 이 중사 사건으로 여론이 들끓자 공군이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해 고의로 사건을 은폐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두 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먼저 군 당국이 B준위의 강제추행 사실을 알고도 A하사 사건을 단순 변사로 종결했다는 것이다. 당시 군 경찰은 사건 발생 열흘 만인 5월21일에 B준위를 심문해 올해 3월과 4월 두 차례 볼을 잡아당기는 등 성추행을 했고, 7차례 이상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는 등 수시로 업무와 관계없는 연락을 한 사실, 그리고 A하사 사망 이틀 전 피해자와 통화한 기록을 삭제한 것 등을 확인했다. 또 다른 의혹은 군 당국이 유가족에게 B준위의 강제추행 사실은 물론 B준위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한 사실조차 알리지 않은 점이다. 더구나 군 당국은 유가족이 B준위에 대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수사를 요청하자 뒤늦게 기소했다. 군 검찰은 “ ‘간음’ 혐의를 조사하다 보니 강제추행 소지가 있어 입건했다”고 설명했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다. 유족이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으면 그냥 넘어가려고 한 게 아닌지 의문이 든다. 수사 과정에서 B준위는 지난달 14일 강제추행 혐의로 뒤늦게 기소됐는데 그 시점도 석연치 않다. 국방부가 이 중사 사망사건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한 1주일 후로 군에 대한 비난이 커질까봐 일부러 늦춘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공군은 A하사의 죽음이 성추행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6월 서욱 국방부 장관이 이 중사 사건을 계기로 군내 성폭력 전수조사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공군은 국민을 기만한 것으로 용서받을 수 없다. 국방부는 A하사의 성추행에 의한 죽음과 이것이 은폐된 경위를 철저히 밝혀 관련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 이 중사 사건 때 무더기 불기소로 국민적 분노를 산 것을 국방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