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는 무척추동물 중 가장 지능이 높다. 말 잘 듣는 애완견 수준이라고 한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나의 문어 선생님>은 문어가 인간과 얼마나 잘 교감하는지를 보여준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문어 파울이 점쟁이로 유명해졌다. 우승팀을 포함해 8번의 경기 결과를 모두 맞힌 것이다. 문어는 음식으로도 인기다. 살아 있는 문어를 데친 문어숙회는 경북 북부지역에서 제사상에 빠져서는 안 될 정도로 대접받는다.
영국 정부가 최근 문어·오징어 같은 두족류, 바닷가재·게 같은 십각류에도 동물복지법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어류도 고통을 느끼니 살아 있는 상태로 요리하지 말라는 말이다. 인간과 동물의 공통점 중 하나가 고통을 느끼고, 고통을 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동물에게 부당하게 고통을 가해서는 안 된다는 동물복지의 출발점이다. 덕분에 인간을 위해 공장식 축산업으로 희생되는 동물의 고통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물고기도 통증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를 통해 이미 증명됐다.
식용 어류에도 동물복지를 적용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2008년 양식 어류에 대한 운송, 도살, 기절, 살처분에 대한 금지 권고안을 마련했다. 스위스는 영국에 앞서 이미 2018년 3월부터 바닷가재를 끓는 물에 넣어 요리하는 것을 전면금지했다.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강원 화천군이 개최하는 산천어축제는 인간에게나 축제일 뿐 산천어에게는 집단학살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래도 해마다 성황을 이룬다.
1991년 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어류도 보호 대상이다. 하지만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동물로 보지 않는다’는 시행령 예외 조항으로 도축이 합법화되고 있다. 어류 복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한 동물복지문제연구소가 22일 공개한 인식조사를 보면 10명 중 9명(89.2%)은 어류를 도살할 때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65.4%는 식용 어류도 동물보호법 적용 대상이 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식용 어류의 복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인간만이 고통을 느낀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면 세상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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