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21일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달 20~24일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는 과정에 서울을 찾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취임한 지 11일 만에 미 대통령과 만난다. 북핵 위협이 한창 고조되는 시점에 열리는 정상회담이라 그 어느 때보다 결과가 주목된다. 양국 정상이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책은 물론 나아가 북핵 문제 해결의 전기를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의제는 점증하는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책과 한반도 안정의 모색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5일 핵무기를 전쟁 방지용으로만 두지 않고 국가 근본 이익에 대한 침탈 시도가 있을 때도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핵 선제 사용을 시사한 것이다. 여기에 7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정황도 보인다. 핵무기 고도화의 마지막 단계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두 정상은 북한의 핵 개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피력하면서 대북 억지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최종적 해결 방안이 대화와 외교를 통한 것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백악관은 또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에 대해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강한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순방의 목적이 대중국 견제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순방 중 일본에서 개최되는 미·일·호주·인도의 비공식 안보협의체 쿼드(Quad)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윤 당선인은 그동안 한·중관계보다 한·미 동맹 강화를 강조해왔다. 미국은 이를 토대로 한국을 향해 대중국 견제 대열에 동참하라고 더욱 강하게 재촉할 것이다. 당장 쿼드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을 막는 일이 미국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백악관은 이번 순방 목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처럼 또다시 전략적 인내로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된다. 윤 당선인은 북핵 위기를 강조해온 만큼 미국을 향해 북핵 해결을 촉구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은 향후 5년간 차기 정부의 대미·대중 외교를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인수위는 한국의 대통령 취임 후 가장 이른 시기에 한·미가 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했지만 그런 평가에 도취될 때가 아니다. 윤 당선인은 외교안보 경험이 전혀 없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국익을 지키고 나아가 극대화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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