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32주년 노동절을 맞아 “노동의 가치가 충분히 존중받고 노동자의 권익이 실현되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또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라는 헌법적 가치를 통해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왔다”고 했다. 한국을 발전시킨 노동자의 공로를 치하하며 노동 존중 사회를 지향하겠다고 했지만, 시장경제 원리를 중시할 뜻을 분명히 했다. 한국이 그동안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왔다는 윤 당선인의 인식에 동의할 수 없다. 열흘 뒤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이 친기업·반노동으로 흐르지 않을까 염려된다.
윤 당선인은 지난 대선 유세 동안 ‘주 120시간 노동’ ‘최저임금제 폐지’ 같은 발언으로 친기업·반노동관을 드러냈다. 그 후에도 윤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윈회 측은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 같은 노동의 유연성, 산업별·사업장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올해 1월 말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및 수정, 직무성과급제 확대 등 노동자들이 우려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윤 당선인은 두 달 가까이 인수위를 가동했지만 노동정책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 기본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어떻게 노동정책을 펴나갈지 걱정된다. 민주노총이 이날 노동절 집회를 연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반노동 정책 중단을 촉구한 것도 이런 걱정을 반영한다.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은 엄혹하다. 올 초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발효됐지만 지금도 중대재해로 희생되는 노동자들이 많다. 이런 때 노동을 시장에만 맡기면 경제적 불평등이 더욱 심화해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5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과 52시간제 시행 등을 통해 노동 분배 개선을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새 정부는 그동안 시행착오에서 교훈을 얻어 노동가치를 높여나가야 할 책무가 있다. 인수위가 3일 새 정부 국정과제를 발표하는데, 정밀하면서도 전향적인 노동정책을 기대한다.
4차산업혁명으로 노동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새 정부는 당장 공정한 전환을 위해 법적 근거부터 마련해야 할 판이다. 친기업·반노동 이분법적 사고나, 기존의 노동정책에 갇혀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노동정책이 요구된다. 정부가 혼자 노동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안 된다. 민주노총·한국노총과 머리를 맞대가며 노동과제를 협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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