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노동자나 대리기사 같은 플랫폼노동자들이 산재보험을 쉽게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는 지난 9일 플랫폼노동자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노동자)에게 적용하던 ‘전속성’ 요건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특고노동자가 산재보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특정 기업에서 일정 시간 이상 노동했다는 이른바 전속성을 충족해야 하는데, 그동안 플랫폼노동자들은 이 조항에 막혀 산재보험에 가입하고도 보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고노동자들의 숙원이 받아들여져 다행이다.
특고노동자들은 당초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들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요청에 따라 특례조항을 신설해 산재에 가입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들이 산재 혜택을 받으려면 넘어야 할 장벽이 또 있다.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이라는 전속성 요건도 그중 하나이다. 고용노동부는 배달노동자의 경우 한 업체에서 받은 월 소득이 116만4000원 이상, 그 업체에서 일한 시간이 월 97시간 이상일 때 전속성을 인정한다고 고시하고 있다. 공유콜을 통해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 등 2개 이상 업체로부터 일감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 배달노동자들은 이 요건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 하나의 플랫폼에 소속돼 일하는 경우가 극소수인 대리기사도 마찬가지다.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특고 직종이 각각 15개와 12개로 확대되는 등 특고노동자들의 권익이 조금씩 강화돼왔다. 이번에 다시 산재 전속성 요건을 폐지하면 특고노동자들은 보호장치를 하나 더 확보하게 된다. 여야가 모두 전속성 폐지에 동의했다니 법안이 무난히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아직도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특고 직종과 노동자가 많다. 윤석열 정부와 국회는 노동자 권익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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