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병 초 관심사의 하나는 문 손잡이를 잡았을 때 감염 여부였다. 손잡이에 감염자의 바이러스가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2020년 9월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의 한 콜센터 문 손잡이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바 있다. 지금이야 물체에 잔존하는 바이러스를 통한 감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지만 당시엔 모든 것이 불안했다. 여전히 문 출입구와 승강기 안팎에 비치된 손소독제는 그 시절 불안감의 증표였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일 북한 내 코로나 발병 지역 확인 사실을 전하면서 “국경 지역들에서 풍선에 매달려 날아든 색다른 물건들을 각성있게 대하고 출처를 철저히 해명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대북전단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풍선’ ‘색다른 물건’ 등으로 볼 때 대북전단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입됐음을 시사한다. 얼토당토않은 주장이다. 코로나 유행의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려는 모략으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대북전단이 다시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20년 5월 탈북민 단체가 전단을 날려보내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비난 담화를 발표했다.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 있어야 시끄럽기밖에 더하지 않은 개성의 북남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마나 한 북남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두어야 할 것이다.” 이후 북한은 남북 간 통신선을 차단하고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문재인 정부는 ‘대북전단금지법’ 추진에 나섰고, 지난해 3월 말부터 법이 시행됐다. 그런데 탈북민 단체들은 계속 전단을 살포하거나 살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2014년 10월 대북전단을 담은 기구를 향해 고사총을 발사한 적이 있다. 총탄이 남측 부대 등에 떨어지자 남측은 북한 경계초소를 향해 대응사격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코로나 발병을 거론하며 하필 대북전단을 거론한 것이 찜찜하다. 일부러 탈북민 단체들의 전단 살포를 유도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지금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면 제어장치가 없다. 탈북민 단체들은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며, 정부도 정확히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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