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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대우조선 공권력 투입, 사태 해결 아닌 갈등 증폭 도화선이다(220720)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사태에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질문을 받고 “국민과 정부 모두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어 국무회의에서도 “더 이상 국민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언급 이후 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 장관과 경찰청장 후보자가 현장을 방문했다. 공권력 투입이 임박한 것 같다.

최근 정부의 일련의 행보를 보면 사태를 해결하려는 것보다 공권력 투입을 위한 명분 쌓기에 가깝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는 지난 14일 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불법파업 중단’ 대국민 담화로 시작됐다. 이어 한덕수 총리와 윤 대통령은 14일과 15일 각각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며 분위기를 유도했다. 전날 윤 대통령의 “불법 상황 종식” 발언과 5개 부처 장관의 공동 담화문에 이은 이날 윤 대통령의 공권력 투입 시사 발언은 그 정점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노동부 업무보고 이후 노조의 불법 행위와 엄단 의지만 밝힐 뿐 노사 간 자율적 해결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친기업 반노조 인식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공권력 투입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 대우조선해양 노사와 하청 노사 4자는 오는 23일 전 타결을 목표로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이런 때에 공권력 투입 시사 발언은 사태 해결을 돕기는커녕 더 꼬이게 한다. 더구나 지금 공권력을 투입하면 물리적 충돌에 따른 불행한 사태를 낳을 게 뻔하다. 현재 노조원 6명은 15m 높이 구조물에서, 부지회장은 1㎥ 철제 구조물 안에서 농성 중이다. 농성장 주변엔 화학물질 등 위험 물질이 쌓여 있어 노조원들이 결사 투쟁을 하며 버틸 경우 예상치 못한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 많은 시민들이 2009년 1월 철거 농성장에 공권력을 투입해 5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다친 용사참사를 떠올리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나아가 공권력 투입은 향후 노·정관계의 악재가 된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공권력 투입은 노동계를 자극해 노사정 간 갈등을 증폭시킬 뿐이다. 민주노총은 이미 정부의 친기업 반노조 노동개혁에 맞서 대대적인 투쟁을 선언한 터다. 당장 20일엔 대우조선해양 파업 현장에서 금속노조 총파업 집회가 열린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노사 간 자율 협상을 촉진하는 것이다. 관련 부처 장관들은 실질적인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 더불어민주당도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