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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아베 피습 속 자민당 참의원 선거 승리, 우경화 경계한다(220711)

일본 보수 우익의 구심점인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격 사망 속에 10일 일본 참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NHK 출구조사 결과 자민·공명 연합은 현 70석에 69~83석을 더해 과반(125석)이 넘는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개헌세력(자민·공명·일본유신회·국민민주당)이 개헌안 발의가 가능한 3분의 2 의석 확보도 종전처럼 유지될 것으로 예상됐다. 아베의 피격 사망으로 우파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집권여당과 개헌세력의 입지 강화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참의원 의석수는 248석(임기 6년)으로, 3년마다 전체 의원의 절반을 새로 뽑는다. 이번 선거 결과로 향후 자민당 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일본이 급속도로 우경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 수년간 일본 사회는 자민당을 중심으로 우경화에 속도를 더해왔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 국면에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 증액을 목표로 하는 것을 고려해 내년부터 5년 이내에 필요한 예산 수준의 달성을 추진한다’고 공약에 명시했다. 현실화할 경우 5년 뒤 일본의 방위비 지출 순위는 현재 9위에서 미·중에 이어 3위가 된다. 북한·중국 등 주변국의 미사일 기지를 직접 타격하는 적 기지 반격 능력 보유도 공약집에 포함됐다. 나아가 평화헌법에 자위대 존재 근거를 명기하는 개헌도 추진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선거 후 향후 3년간 일본에는 큰 선거가 없다. 자민당은 이를 ‘황금의 3년’이라고 부르면서 평화헌법을 바꿔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갈 기회로 보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올해 말까지 2013년 만든 일본 외교·안보 정책의 기본 방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을 개정할 예정이다. 이런 내용이 정책으로 옮겨진다면 일본은 급속도로 우경화 길을 걸을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내에서 온건파로 분류된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말 언론 인터뷰에서도 “방위비 증액에 숫자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며 자민당 강경파와는 조금은 다른 입장을 보였다. 개헌에 대해서도 강경론을 취하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 이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도 승리하면서 안정적인 국정운영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기시다 총리가 강경 보수파 아베의 그늘에서 벗어날 기회이기도 하다. 일본의 안보정책 강화는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지 몰라도 한국이나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베 전 총리를 애도하는 분위기가 우경화 노선을 강화하는 구실로 활용되지 않길 바란다.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로 피해를 입은 아시아인들의 우려를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