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8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에 대해 “법치주의는 확립돼야 한다”며 “산업 현장의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5개 부처 장관 명의로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압박하는 공동 담화문을 발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막무가내식 떼쓰기”라며 가세했다. 정부·여당이 대우조선 파업에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47일째인 파업 상황이 고비를 맞고 있다.
정부는 이날 한목소리로 노조의 파업이 대우조선해양 노사와 협력업체, 지역 공동체는 물론 국가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파업 사태의 책임을 노조 탓으로 돌린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안을 표면적으로만 본 결과다. 노조는 지난달 2일 임금 30% 인상과 노조 전임자 활동 보장 등을 내걸고 파업에 돌입했지만 저변에는 조선업의 70%인 비정규직, 다단계로 쪼개진 하청구조, 저임금 등 구조적인 원인이 깔려 있다. 그런데 정부는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의 경제적 손실과 조선업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만 강조할 뿐, 대우조선해양과 실질적 주인인 산업은행이 책임을 회피하면서 사태를 악화시킨 점은 모른 체했다. 노조의 불법성만 강조하며 엄정 대응 방침만 밝히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에는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파업 상황을 빌미로 민주노총을 때리면서 국면전환을 노리는 게 아니냐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화물연대 파업 당시 “파업은 노사 자율로 풀어야 한다”고 말하는 등 그동안 노사문제 대해서는 정부의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래놓고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만큼 관계부처 장관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지시했다. 지금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은 노사 간 대화와 협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될 것이다. 정부의 공권력 투입은 피해야 한다. 거제시민단체들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업 차질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은 지역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파업의 파장을 우려하면서도 “대우조선 원청과 협력사는 하청업체 노동자의 안타까운 울부짖음을 외면하지 말고 즉시 대화 창구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관련부처 장관들은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 중재에 나서야 한다. 조선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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