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9일 중국 칭다오에서 회담을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중이 처음으로 양국 관계의 발전과 북핵 문제, 공급망,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등 현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한 자리였다. 양국은 특히 사드 문제에서 첨예한 견해차를 드러내 이것이 최대 현안이 될 것임을 확인했다.
양국은 이날 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박 장관은 사드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자위적 방어수단이며 안보 주권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왕 부장은 ‘사드 3불(사드 불추가, 미 미사일방어(MD)체계와 한·미·일 군사동맹 불참)’ 유지와 이미 배치된 사드 운용의 제한을 요구했다. 사드에 대한 이견은 예견된 바이지만, 중국은 생각보다 강경하게 입장을 밝혔다. 왕 부장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향후 두 나라가 해야 할 5가지 중 하나로 ‘독립자주 견지’를 언급했다. 공개 석상에서 한국을 향해 이렇게 말한 것은 이례적이다.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중국 외교부는 10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정부는 대외적으로 ‘3불(不) 1한(限)’의 정치적 선서를 정식으로 했다”며 윤석열 정부도 이를 준수하라고 요구했다. 이미 배치된 사드 운용을 제한하기로 약속했다고 처음 밝힌 것이다. 이는 사드 추가 배치뿐 아니라 현재의 사드 시설을 개선하는 것도 반대한다는 뜻인데, 향후 이 문제를 놓고 공세를 펼 것을 예고한 셈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도 반대했다.
미·중 전략경쟁이 치열해지는 과정에서 최근 대만해협의 긴장까지 고조됐다. 한국으로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한·중 양국이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양국은 사드에 대한 입장차에도 이 문제가 양국 관계를 훼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양국 관계는 상호 존중 원칙에 의해 유지·발전돼야 한다. 두 장관은 양자 간 셔틀외교 추진뿐 아니라 외교·국방 당국의 ‘2+2 외교안보대화, 공급망 대화 등을 하기로 약속했다. 올해는 양국이 수교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양국은 다각도로 양국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국제정세의 격랑 속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절실하다. 중국의 압박에 화이부동의 원칙을 앞세워 지속적으로 한국의 입장을 설득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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