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오전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에 떨어지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1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일본 상공으로 미사일을 쏜 것은 5년여 만이다. 더욱이 이번 IRBM의 비행거리는 북한이 쏜 미사일 가운데 최장이다. 유사시 한반도로 전개되는 미군 증원전력의 발진기지인 괌까지 사정거리에 둔 것이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가 한반도 상황을 북·미 간 강 대 강 극한 대치로 치닫던 2017년 북핵 위기 당시로 되돌릴까 우려스럽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IRBM이 고도 970여㎞로 4500여㎞를 날아갔다고 밝혔다. 북한은 2017년 5월과 올해 1월30일 이번에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성-12형 IRBM을 발사한 바 있다. 모두 고각으로 발사해 고도는 2000㎞가 넘었지만 비행거리는 700~800㎞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IRBM을 정상 각도(30~45도)로 쏴 비행거리를 역대 최대로 늘렸다. 평양에서 괌까지 거리는 약 3400㎞다. 미국을 향해 본격적으로 위협을 가한 셈이다.
최근 한반도 상황은 2017년 8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의 ‘분노와 화염’ 발언으로 촉발된 북핵 위기를 연상시킨다. 북한의 ‘괌 포위 위협’과 트럼프의 ‘북 완전 파괴’ 발언 등 설전에 그치던 상황은 그해 11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발사로 이어졌다. 당시 북핵 위기는 이듬해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잦아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윤석열 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견지하면서 북한과 대결 국면으로 가고 있다. 북한은 이날까지 올 들어 23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그중 9차례가 윤석열 정부 출범 4개월여 동안 쏜 것이다. 더구나 북한은 그동안 한·미연합군사훈련 기간에는 미사일 도발을 자제해온 관행도 깼다.
지금 분위기로 보면 북한은 향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ICBM 시험발사와 7차 핵실험마저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국방부는 이날 북한이 신형 액체추진 ICBM과 SLBM 시험발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7차 핵실험 시점을 이달 중순 시작하는 중국 공산당 당대회와 내달 초순 미 중간선거 사이로 분석한 바 있다. 나아가 국방부는 “북한이 접경지역에서 전술적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북한이 코로나19 유입 경로로 지목한 대북전단 살포가 무력충돌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자칫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같은 우발적인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당국은 한반도 상황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모멘텀도 만들어내야 한다. 북한도 더 이상의 도발을 멈춰야 한다.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만큼 행동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가 일본으로 하여금 방위력 강화의 빌미를 주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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