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지명했다. 윤 정부 초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에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임명했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과거부터 교육·노동계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인물들로는 난제인 교육·노동 개혁을 성공시킬 수 없다. 윤 대통령의 지명·임명 강행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이 내정자를 “교육현장과 정책에 두루 정통한 교육전문가”라고 했다. 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정치력과 행정력을 겸비한 노동개혁 과제 추진 적임자”라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두 사람에 대한 교육과 노동계 현장과 주체들의 평가는 정반대이다. 이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과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장관을 지내며 교육정책을 주도했다. 하지만 그가 추진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 대입 자율화 등은 교육의 공공성을 훼손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다. 지난 3월에는 대학 자율성 강화를 위해 관할 업무를 총리실로 이관해야 한다며 교육부 해체·축소론을 폈다. 수월성 교육을 위해 자사고 존치도 주장했다. 보수적인 교원단체조차 그의 지명에 우려를 표명할 정도이다. 더구나 그는 교육뿐 아니라 사회·문화 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사회부총리까지 맡는다.
김 위원장 임명은 더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김 위원장은 1980년대 노동운동을 했지만, 이후엔 보수정당에 적을 두고 반노조 입장을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에는 태극기부대에 동조하며 극우적 주장을 폈다. 불과 며칠 전에도 파업노동자에 대한 손배소를 독려하는가 하면, 노동자를 향해 색깔론을 제기했다. 노사정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할 노동 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노사정이 대화 자리에 앉을 환경을 만들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이런 때에 그를 경사노위 위원장에 앉힌 것은 노동계를 우롱하는 처사이자 사회적 대화를 하지 말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윤 대통령은 연금과 함께 교육·노동 분야의 개혁을 3대 개혁 과제로 제시했다. 게다가 두 분야는 유독 이해당사자 간 갈등이 많아 대화와 타협이 필수적이다. 윤 대통령은 부적격자인 이 내정자와 김 위원장의 지명·임명을 철회해야 한다. 이들에게 교육과 노동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이 내정자와 김 위원장이 설령 취임하더라도 갈등을 부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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