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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강 대 강 대결로 치닫는 한반도 정세, 대화도 모색하라(221007)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한·미·일의 맞대응으로 한반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6일 새벽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쐈다. 최근 12일 동안 6번째 무력시위로, 이틀에 한 번꼴로 이뤄지고 있다. 급기야 이날 오후에는 북한 전투기들이 편대비행으로 위협하자 군이 대응에 나서는 상황이 벌어졌다. 2017년과 비슷한 대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이전과 그 방법·수위가 판이하다. 북한은 지난달 23일 미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이 부산항에 들어온 지 이틀 뒤인 25일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6차례 무력시위를 벌였다. 미국이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파견할 때 피해오던 관행을 깬 것이다. 6일 미사일 발사는 레이건함의 동해 재출동과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 성격이 짙다. 한·미와 한·미·일은 이 기간 연합해상훈련과 대잠수함전 훈련을 실시했지만 북한은 공격적으로 미사일 전력을 과시했다. 미사일 발사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북한은 이번 발사를 포함해 최근 12일 동안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다양한 장소에서 쐈다. 원점타격과 요격을 어렵게 해 한·미 대응체계를 무력화하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다. 남한 전지역은 물론 일본을 넘어 미국령 괌까지 타격할 수 있음을 과시한 것으로, 핵무장국이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위협적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이 공중에서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군은 이날 오후 북한 군용기 12대가 우리 군 특별감시선 주변에서 시위성 편대비행을 하자 군용기 30여대를 출격시켰다. 북한의 시위성 편대비행은 지난 1년간 없었을 만큼 이례적인 움직임이어서 위기를 가중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한·미의 대응도 강성 일변도라는 점이다. 대북 강경책을 선언한 윤석열 정부와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어느 쪽도 유화적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전화 통화에서도 양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엄정 대응한다는 입장을 다졌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공보문을 내고 미 항모의 재전개를 비난하면서 추가 공세를 예고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ICBM)발사나 7차 핵실험은 피하기 어렵다. 긴장 완화를 위해 오직 필요한 것은 대화다. 평화적 방법을 통한 해법의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한·미는 물밑 대화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