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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북 미사일 대응한다더니 낙탄 사고로 시민 놀라게 한 군(221006)

군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4일 밤 미사일을 쏘았으나 낙탄했다. 유사시 북한에 대한 원점타격을 위한 미사일 시험사격이 실패한 것이다. 낙탄 지점이 공군기지라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군의 실수로 애먼 국민들이 피해를 입을 뻔했다. 더욱이 군은 이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알리지 않아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밤새 불안에 떨어야 했다. 아무리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도 군의 대응이 썩 미덥지 못하다.

사고는 지난 4일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응해 군이 동해상으로 한·미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군과 주한미군은 에이태킴스(ATACMS) 2발씩 모두 4발을 발사해 가상표적을 정밀타격했다. 하지만 군이 별도로 발사한 현무-2C 1발이 비정상 비행 후 강릉 지역의 공군기지 안에 떨어졌다. 낙탄 과정에서 섬광과 굉음은 물론 화재까지 났다. 주민들은 크게 놀랐고, 목격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상을 올리면서 큰 사고가 벌어진 것으로 우려됐다. 하지만 군은 밤새 주민들에게 일절 설명하지 않다가 5일 오전에서야 “사고 후 미사일 추진제(연료)가 연소하면서 화재가 발생했고, 탄두는 폭발하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저지른 사고에 비하면 너무나 한가한 대응이다.

그런데 현무 미사일 발사 실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군은 2017년 9월 북한의 IRBM 발사에 대응해 현무-2A 2발을 발사했는데, 그중 1발이 발사 수초 만에 바다로 추락했다. 현무-2C는 사거리 1000㎞·탄두 무게 500㎏으로,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 시설을 파괴하는 킬체인의 핵심 전력이다. 킬체인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과 함께 군의 전략증강 계획인 3축 체계의 하나다. 그러나 이번 실패로 3축 체계 구축은커녕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됐다. 과거의 실패에서 도대체 무엇을 배운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런 중요한 무기체계가 두 번씩이나 실패한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합참은 “북한이 어떠한 장소에서 도발해도 도발 원점을 우리 군이 무력화할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했다. 군은 지난 1일 국군의날 행사에서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현무-5 모습을 영상으로 처음 공개한 바 있다. 군은 이번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