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 정부 차관급 이상 공직자, 광역·기초단체장,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 634명과 그 아들 574명의 병역사항(10월13일 기준)을 분석한 결과 아들들이 상대적으로 근무환경이 좋다고 알려진 부대에 근무하는 비율이 전체 병사보다 2배가량 높았다. 아버지가 기관장이거나 관계가 있는 기관에서 군 복무를 한 사례도 있었다. 고위층 아버지를 둔 덕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고위공직자 아들들의 현역 판정 비율은 83.8%(467명)로,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23년간 병역의무 대상자의 판정 비율(88%)보다 4.2%포인트 낮았다. 이는 주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는 4급 보충역과 보통 ‘면제’로 불리는 5급 전시근로역·6급 면제 비율이 전체 평균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특히 면제 비율(1.4%)은 전체 평균(0.3%)보다 5배가량 높았다. 전시근로역 비율(4.1%)도 전체 평균(1.9%)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큰 차이가 아니라고 할지 모르지만, 병역의무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이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현역으로 복무한 경우 4명 중 1명(25.8%)이 국방부와 각군 본부 직할부대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이다. 이들 부대는 상대적으로 근무환경이 좋아 ‘꽃보직’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들 부대에 배치된 병사가 전체의 13%인 점을 비춰보면 두 배가량 높은 셈이다. 전체 복무자의 4명 중 1명(27%)은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 등 6대 도시가 복무지였다. 심지어 아버지가 기관장이거나 관계기관에 있던 시절 해당 기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 경우도 3건이나 있었다. 위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버지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거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과거보다 병역 비리가 줄어들어 병역 형평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는 고위층 아버지의 영향력이 현역 복무뿐 아니라 군 보직에도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재확인시켰다. 고위공직자 아들들이 현역병으로 복무하는 경우가 늘었지만, 자대 배치 시 편의를 보고 있다는 의심이 제기된다. 고위공직자의 아들들이 군 복무에서 특혜를 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국은 차제에 의심되는 사안에 대해 전수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 장병들이 근무 부대나 보직에서 특혜나 차별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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