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밤 서울 용산역을 출발한 익산행 무궁화호 열차가 영등포역에 진입하다 객차 5량 등 6량이 탈선했다. 이 사고로 승객 20명이 다치고, 열차 운행이 만 하루 가까이 지체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전날 밤에는 경기 의왕시 오봉역에서 화물열차를 연결·분리하던 30대 코레일 직원이 기관차에 부딪혀 사망했다. 이틀 새 산재 사망 및 탈선 사고가 연거푸 나면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안전 관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코레일 사고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열차 탈선 사고는 지난 1월과 7월 KTX 탈선 사고에 이어 올해에만 세 번째다. 2004년 개통 이후 지난해까지 5번 있었던 KTX 탈선 사고가 올해에만 두 차례 일어났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고속 열차의 탈선은 사고 확률은 낮지만 일단 사고가 나면 대형 인명 피해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코레일 직원이 산재로 숨진 것은 올해 4명째인데, 모두 올해 1월 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망했다. 이로써 코레일은 공공기관 중 최다 중재재해 발생 사업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코레일은 산재로 악명이 높다. 지난 6년간 코레일에서 발생한 산재는 5개 자회사(222건)를 포함해 803건이다. 한 달 평균 13건꼴로 발생했다. 특히 자회사의 산재 중 절반이 넘는 57%는 철도 차량·시설 유지보수를 맡는 코레일테크에서 일어났다. 코레일 산재의 많은 부분이 선로 작업 중에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
이번 사고는 이태원 참사로 어느 때보다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된 상황에서 일어났다. 코레일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3일 철도안전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안전을 강조했음에도 사고를 막지 못했다. 나희승 코레일 사장은 지난해 11월 취임하면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철도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대대적인 안전 대책 시행도 약속했다. 하지만 코레일은 2021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안전관리 등급 심사에서 각각 최하등급(E)과 4등급(미흡)을 받았다. 코레일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원 장관은 7일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며 코레일에 대한 고강도 개혁을 주문했다. 코레일은 이태원 참사의 교훈을 새겨 근본적인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철도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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