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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칼럼/편집실에서

[편집실에서3]1000원의 행복(2015.07.28ㅣ주간경향 1136호) 며칠 전, 경복궁 옆에 있는 한 카페에 들렀다. 지인들과 저녁을 먹은 뒤였다. 유명한 커피콩 생산국의 원두로 만든 커피와 다른 음료를 파는 가게였다. 가장 싼 커피 가격이 6000원. 평소 커피전문점을 자주 가지 않고, 가더라도 1500~2000원짜리 아메리카노만 고집해온 나로서는 놀랐지만 다른 길이 없었다. 체면도 있었고, 한 번쯤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된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지만 최저임금보다도 비싼 커피를 마시는 죄책감도 동시에 일었다. 그 탓인가. 아무리 늦은 밤에 커피를 마셔도 잘 자던 평소와 달리 그날 밤은 전전반측하며 거의 밤을 새웠다. 많은 상념이 오갔다. 커피값보다도 못한 인간이라니, 인간의 존엄성과 노동의 가치는 무엇인가…. 만약 커피값이 비싼 이유가 알바생 시급 인상을 위한 .. 더보기
[편집실에서2]유승민과 송우석(2015.07.21ㅣ주간경향 1135호) 두꺼운 법전 속에 갇혀 있던 헌법 조항이 다시 한 번 책 밖으로 나왔다.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사퇴의 변으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3년 개봉된 영화 에서 송우석 변호사(송강호 분)가 국가보안법 위반을 다루는 법정에서 고문경찰 증인과 ‘국가 논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인용한 헌법 1조 2항만큼이나 뭉클했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송우석의 열변의 압권은 다음 말이었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헌법 1조 1항 언급으로 지난 13일간 속이 검게 탔을 유 전 원내대표의 심경을 어느 정도 헤아려 볼 수는 있지만 본심은 여전히 알 수 없다. 유 전 원내대표를 개인적으.. 더보기
[편집실에서1]선택(2015.07.14ㅣ주간경향 1134호)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스스로 선택할 수도, 선택당할 수도 있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그 결과는 예측불허다. 의도하지 않은 선택이야 예기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만 의도한 선택마저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타인의 선택은 나머지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 당사자에게는 선택이 죽고사는 문제일 수 있다.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거나, 대의나 전체를 생각하지 않은 자신만의 이익을 위한 선택의 결과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나의 선택도 마찬가지다.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예상밖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어떤 선택이든 과정에 무관심해서는 안 되며, 누구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다. 만약 연기금에 투자한 돈이 사람을 죽이는 폭탄 제조기업에 투자돼 돈을 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