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여적] 개미의 지구(220921) 지구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일까. 땅 위를 줄지어 다니는 개미떼를 볼 때마다 드는 궁금증이다. 개체수를 따지자면 인간보다 훨씬 많다. 게다가 개미는 고작 20만년밖에 안 된 인류에 비해 훨씬 전인 1억1000만~1억3000만년 전부터 지구에 존재해왔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한 “지구의 진짜 주인은 개미”라는 말을 곱씹게 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개미 개체수가 2경마리로 추산된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약 80억명인 인간보다 250만배나 많은 수치다. 개미 개체수 조사는 처음이 아니다. 다만 연구진은 수많은 학자들이 1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연구해 축적한 자료를 토대로 이 같은 수치를 이끌어냈다. 연구진은 또 개미의 총무게가 1200만t에 이를 것으.. 더보기
[사설] 북핵에 ‘압도적 대응’ 선언 후 항모 파견, 긴장 조성 안 된다(220919) 한·미 외교·국방 차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제3차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열고 북핵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미는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국은 또 미국의 최신 비핵전력을 포함해 핵과 재래식, 미사일방어 (MD)체계 등 모든 군사적 자산을 총동원한 확장억제 강화에도 의견을 모았다. 북한이 최근 핵 선제공격 법제화를 밝힌 데 대해 한·미 양국이 한층 더 수위가 높은 대응을 약속한 것이다. 그 일환으로 당장 이번주 후반에는 미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훈련차 한반도에 전개한다. 북핵 위협에 대한 예방적 차원의 억제 의지를 강화한 것이지만 한반도 긴장이 고.. 더보기
[여적] '착한 기업' 파타고니아(220916) 지구 반대편 남미 대륙 끝에는 광활한 초원지대가 펼쳐져 있다. 한반도 면적의 약 5배 크기(104만㎢)인 파타고니아 대평원이다. 최대 풍속이 초속 60m에 이를 만큼 바람이 심해 ‘바람의 땅’으로 불린다. 거주지로는 부적합하지만 등반가들의 꿈인 피츠로이산을 비롯해 페리토모레노 빙하 등이 있어 많은 이들이 꼽는 꿈의 여행지이기도 하다. 이 지역이 유명해진 것은 동명의 글로벌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 덕분이다. 창업자는 미국 암벽 등반가 출신의 이본 쉬나드(84)다. 대장간에서 직접 만든 암벽 등반 장비가 입소문을 타면서 회사를 차린 그는 아웃도어 의류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1973년 사명을 파타고니아로 바꿨다. 주한미군으로 근무할 때 북한산 암벽 루트를 개척해 한국인에게도 알려진 인물이다. ‘이 재킷을 사지 .. 더보기
[여적] 하르키우 퇴각(220914) 올해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건립 875주년이다. 모스크바시는 해마다 9월 첫 주말에 기념행사를 연다. 올해는 10~11일이었다. 시민들이 크렘린 앞 붉은광장에 모여 막바지 축제를 즐기던 11일 러시아를 실망시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군이 하르키우에서 퇴각한다는 것이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하르키우주에서 러시아군을 퇴각시키는 등 이달 들어 영토 6000㎢(서울 면적의 약 10배)를 수복했다고 밝혔다. 11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꼭 200일이 되는 날이다. 초반 전세는 러시아에 유리했지만 이후 양측 간 공방이 팽팽히 이어지면서 장기전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군의 하르키우 퇴각은 우크라이나로서는 큰 승리가 아닐 수 없다. 우크라이나 동북부에 있.. 더보기
[사설] ‘4년 공백’ 이산가족 상봉 제의, 이벤트성 회담 추진 안돼(220909)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8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북한에 제의했다. 권 장관은 이날 담화에서 “이산가족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과거와 같은 소수 인원의 일회성 상봉으로는 부족하다. 신속하고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담 일자와 장소, 의제와 형식 등은 북측의 희망을 적극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북핵 문제에 뒷전으로 밀려 있던 이산가족 상봉이 논의 대상이 된 것을 환영한다. 북한이 적극 호응해 회담이 성사되기를 기대한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2018년 8월 북측 금강산에서 열린 행사를 끝으로 4년간 이뤄지지 않았다.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은 100명 남짓 소수가 만나는 방식으로 진행돼왔다. 그러다 보니 21차례 대면 .. 더보기
[사설] 주말 기습하듯 성주 사드 기지 물품 반입한 군당국(220905) 정부가 4일 오전 1시30분쯤 경북 성주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기지에 불도저, 유류차 등 장비 10여대를 기습적으로 반입했다.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지난해 5월 사드 기지 내 장병 생활관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한 이후 휴일에 장비를 기지로 들여온 것은 처음이다. 경찰과 국방부는 당초 ‘주말 (장비 등 물품) 반입은 없다’고 사드 반대 주민·단체에 말했으나, 약속을 깨고 이날 밤 기습적으로 물품을 들여왔다. 다행히 충돌은 없었지만, 향후 양측 간 갈등과 충돌이 우려된다. 이번 조치는 윤석열 정부가 예고한 ‘사드 기지 정상화’의 일환이다. 군당국은 지난해부터 사드 기지 내 미군들이 시설 미비 등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다며 생활관 개조를 추진해왔다. 매주 평일에 2~3차례씩 하던 물품 반입 .. 더보기
[사설] 교육에서 ‘노동 가치’를 지우겠다는 윤석열 정부(220901) 교육부가 지난 30일 공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시안’에서 당초 교육목표에 반영하려 한 ‘노동’ 관련 내용이 사라졌다. 그 결과, 노동이라는 말은 직업계고 교과과목 ‘노동인권과 산업안전보건’에만 나올 뿐 그 이외에는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2022 교육과정 교육목표에 ‘일과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반영하겠다는 교육부의 약속은 허언이 됐다. 친기업·반노동 기조를 앞세운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교육부의 눈치보기가 해도 너무하다. 지난해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에 일과 노동의 의미와 가치가 포함되자 시민사회는 환영했다. 국가 차원에서 공식적·체계적으로 노동교육을 실시한다면 노동존중 사회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는 전국시·도.. 더보기
[여적] 풍전등화 자포리자 원전(220827) 우크라이나 전쟁의 특징 중 하나는 원자력발전소 지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당일인 지난 2월24일 체르노빌 원전을 장악했고 3월4일에는 자포리자 원전을 손에 넣었다. 1986년 이래 가동이 중단된 체르노빌 원전에서는 곧 철수했지만, 자포리자 원전은 계속 장악해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자포리자는 우크라이나의 15기 원자로 중 6기가 모여 있는 유럽 최대의 원전 단지다. 2014년 러시아가 차지한 돈바스 지역에서 200㎞가량 떨어져 있다.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에도 위험한 도박이 될 수밖에 없다. 원전 운영은 전문가들이 맡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원전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이 자칫 방사능 누출 등 원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한 .. 더보기
[사설] 심해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더 이상 방치 안 된다(220826) 고용노동부가 올해 대기업 고용형태 공시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10명 중 2명가량(17.9%)이 하청·파견·용역 등으로 일하는 ‘소속 외 근로자’였다. 소속 외 근로자는 기업이 직접 고용하지 않고 다른 기업이 고용한 노동자를 사용하는 간접노동자를 의미한다. 이 비율은 지난해보다 0.5%포인트 높아졌다. 한국 노동시장의 고질적 병폐로 지목돼온 원청·하청 간 이중구조가 더 심해진 것이다. 특히 51일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사태를 부른 조선업의 경우 간접노동자가 10명 중 6명 이상(62.3%)이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불안정한 노사 관계의 원인이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최대 피해자는 하청 노동자다. 이들은 원청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고용 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린다. 이를 잘 보여준 것이 대우조선해양 .. 더보기
[여적] 감염병 대통령의 퇴장(220824) 2020년 봄 정체 모를 감염병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쳤을 때, 전 세계인은 혜성처럼 등장한 한 사람에게 주목했다. 자그마한 체구에 백발이 희끗한 이 남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 브리핑실에 나타날 때마다 세계인의 이목이 쏠렸다. 사적모임 금지나 손씻기 등 기본 방역지침에서 백신 개발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 대응책이 이 사람으로부터 나왔다. ‘감염병 대통령’이라는 별칭이 자연스럽게 붙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82)이다.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에는 무명인사나 다름없었다. 트럼프조차 코로나19 태스크포스를 꾸리기 전까지 그를 만난 적이 없었을 정도다. 하지만 그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전염병 대응 역사의 산증인이다. 코로나19..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