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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탑6/'피스맘'의 접을 수 없는 꿈 그를 보면 영원히 바위를 굴려야 하는 형벌을 받은 시지푸스가 떠오른다. 선봉에 서서 군중을 이끄는 모습에선 전쟁터에서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모습보다 투사의 강인함이 느껴지지만, 그만이 아는 불안한 그림자가 불굴의 투지 뒤에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시지푸스처럼 포기하지 않고 부조리를 삼키며 묵묵히 나아갔다. 그러기를 약 22개월. 그동안 29년을 함께 한 남편은 떠났다. 주변에 남은 것은 망가진 몸과 빚더미, 그리고 정치인에 대한 혐오와 좌절뿐이었다. 그는 더 이상 시지푸스이기를 거부했다. 5월28일, 미국 반전운동의 상징인 ‘평화의 엄마(Peace Mom)’ 신디 시핸(50)이 운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날은 미국의 현충일(Memorial Day)이자 3년여전 이라크에서 숨진 아들 케이시의 .. 더보기
세계은행 총재 든든한 ‘백’은 미국 (2007 05/01ㅣ뉴스메이커 722호)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63)가 사임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울포위츠 총재는 지난해 말 물러난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과 함께 ‘이라크전의 기획자’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2005년 6월 세계은행 총재에 임명됐으니, 5년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레임 덕’에 걸린 셈이다.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스스로 불러온 인사권 남용 의혹이다. 울포위츠의 입장은 단호하다. 사과는 하되 물러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을 임명한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 여전하니 그럴만도 하다. 하지만 울포위츠의 ‘버티기’로 세계은행의 명성이 실추하는 등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반발도 무시할 수 없어, 그의 앞날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사임 압력의 발단은 인사권 개입 의혹이지만 .. 더보기
정동탑5/미 대선, 돈과 인터넷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와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한판 붙은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둔 시점만 해도 최대의 화제 인물은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였다.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였던 딘은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딘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은 대선을 1년5개월 앞둔 2003년 6월23일. 출마 선언 1년여 전만해도 미 ABC방송은 12명의 잠재 후보군 가운데 그를 8위로 평가했다. 그런 그가 후보사퇴를 선언한 2004년 2월까지만 해도 민주당 후보 가운데 1위를 달렸다. 출마 선언 후 3개월 동안 모은 선거자금 규모는 1995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세운 역대 민주당의 분기 최대 모금액인 1030만달러를 크게 넘어선 1480만달러나 됐다. 딘의 급부상은 알다시피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전략 .. 더보기
과거 너의 도덕성을 알려주마 (2007 03/20ㅣ뉴스메이커 716호) ‘족보 들추기, 주차위반 범칙금 미납, 주식 불법거래 의혹, 마약 복용, 재산신고 누락, 가족과의 불화….’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에서 민주·공화 양당 유력 후보들에 대한 후보 검증이 뜨겁다. 각 당의 공식 후보 지명이 1년 반 가까이 남았는데도,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공화당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 유력 후보들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연일 신문에 공개되고 있다. 기실 대선후보에 대한 검증은 후보의 자질을 유권자에게 알려주는 필수과정이다. 유권자들은 각 후보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사실’에 호기심을 보이며 최종 선택기준의 하나로 삼는다. 하지만 검증당하는 후보로선 곤혹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신인이나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경우 해명에 진땀을 .. 더보기
정동탑4/불편한 진실 '종말 5분전' 지구종말 시계(Doomsday Clock)가 지난달 17일 11시55분으로 2분 앞당겨졌다고 한다. 이 시계는 1947년 과학자들이 핵 전쟁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자정을 인류파멸의 시간으로 가정한 것이다. 시계는 자정 7분 전인 11시53분에서 출발했다. 지난 60년 동안 11시43분(냉전 종식)~11시58분(수소폭탄실험 성공) 사이에서 18차례나 왔다갔다했다. 이 때문에 2분 앞당겨졌다고 해서 솔직히 ‘큰 일 났다’고 생각지는 않았다. 하지만 두 가지 점이 특별히 관심을 끌었다. 하나는 지구온난화가 처음으로 지구종말 시계를 좌지우지하는 핵심 변수가 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이 시계를 움직인 핵심 요인은 전쟁과 평화, 군비경쟁과 군축 등이었다. 이 시계를 관리하는 미국 핵과학자회는 이번 조정 원인의 하나로.. 더보기
흑인후보 오바마 ‘검증’이 시작됐다 (2007 01/30ㅣ뉴스메이커 710호) 오늘날 워싱턴에 있는 미국의 지도자들은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방식으로 일을 하지 못한다. 정치가 너무 받아들이기 어렵고, 당파적이며 돈과 영향력 때문에 망가지고 있다. 해답이 필요한 문제들을 다룰 수 없다. 나는 우리 모두가 얼마나 다른 형태의 정치를 갈망하는지 깊이 깨달았다.” 버락 오바마 의원이 2008년 대선 출마계획을 밝힌 다음달인 1월 17일 상원 외교위원회에 참석해 청문회를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꿈을 향한 레이스는 시작됐다. 그러나 그 길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너무나 많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꿈꾸는 민주당의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46)이 출사표를 던졌다. 오바마 의원은 1월 16일 자신의 웹사이트(www.barackobama.com)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2008년 대통령선거 출마.. 더보기
정동탑3/굿바이 럼즈펠드 그의 입에서 닳고 닳은 주제들이 거침없이 쏟아져나왔다. 북한 전력난, 이라크 저항세력의 언론전략과 미국 언론의 이라크전 보도에 대한 불만 등등. 그도 그럴 것이 취임 이후 약 6년 동안 병사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이 자리가 벌써 42번째다. 이골이 날 만도 했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말도 나왔고, 조지 워싱턴 미국 초대 대통령도 등장했다. 1970년대 유럽공산주의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곁들여졌다. 그리고 그의 결론은 “이라크전은 성공할 것”이었다. 지난 8일 퇴임을 열흘 앞두고 미국 펜타곤에서 진행된 도널드 럼즈펠드 고별회에 대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보도 내용이다. 기자는 거침없으면서 냉정함을 잃지 않는 그의 모습이 유감없이 발휘된 자리로 묘사하면서 ‘럼즈펠드 쇼의 마지막 무대’가 될 수도 있다.. 더보기
공립학교 흑백통합배정 ‘재심판’ (2006 12/19ㅣ뉴스메이커 704호) 미국 연방대법원이 내린 ‘역사적인’ 판결을 거론할 때마다 언급되는 것이 있다. ‘브라운 대(對) 토피카 교육위원회’ 사건에 대한 판결이다. 반 세기 전인 1954년 5월 17일 미 대법원이 내린 이 판결의 요지는 그동안 공립학교에서의 백인과 흑인의 분리교육은 위헌으로 흑백 인종간 통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미국 민권운동사의 큰 획을 그은 기념비적인 업적으로 평가받았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1951년 켄터키주 토피카에 살던 흑인 올리버 브라운은 열살 된 딸이 왜 집에서 네 블록 떨어진 ‘백인학교’를 두고 1.6㎞나 떨어진 ‘흑인학교’에 다녀야 하는지 불만이었다. 당시만 해도 흑인과 백인은 ‘분리돼 있어도 평등할 수 있다’는 1896년 대법원의 인종분리 합헌 판결 때문에 각각의 학교에.. 더보기
“미국인은 전쟁을 싫어해” (2006 11/07ㅣ뉴스메이커 698호) #1.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2년 어느날, 그해 중간선거를 앞둔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32대 대통령은 당시 육군참모총장인 조지 마셜 장군과 연합군의 북아프리카 공격 계획을 논의하고 있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마치 기도하듯 두 손을 모은 채 마셜 장군에게 “제발 선거 전에 결정해달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선거 당일까지도 미군은 북아프리카 해상에 머물렀다. 미 스탠퍼드 대학 역사학자 데이비드 케네디 교수는 1999년 쓴 퓰리처상 수상작 ‘공포로부터의 자유:1929~1945, 대공황과 전쟁 시절의 미국인’이라는 책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1942년 11월 3일 중간선거일에 북아프리카에 파견될 미군을 실은 수송선은 여전히 해상에 있었다.” 결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민주당은 하원에서 47석을, .. 더보기
정동탑2/새로운 전쟁법칙 '관타나모' 쿠바 안 관타나모 미 해군 기지를 무대로 한 영화 ‘어 퓨 굿맨’(1992)이 다룬 것은 군대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이었다. 이는 적어도 ‘미국의 문제’였다.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으로 관타나모는 테러 교관, 폭탄제조자, 자살폭탄테러범 등 알카에다 요원들을 감금, 불법 고문과 인권침해를 자행한 악명높은 수용소의 대명사가 되면서 ‘국제적인 문제’가 됐다. 9·11 이전에 익숙지 않던 ‘불법 전투원’ ‘수감자’ ‘계약자’와 같은 용어도 관타나모에서 비롯됐다. 용어만이 아니다. 전쟁의 새로운 법칙도 이곳에서 생겨났다. 스웨덴의 영화감독 에릭 간디니가 지난해 발표한 다큐멘터리 영화 ‘관타나모-전쟁의 새로운 법칙’은 이를 잘 보여준다. 영화에 따르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2년 2월7일 서명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