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최근 9개 노동개혁안 세부 실행계획을 제시했다. 골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을 없애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 시간외 노동 규제, 고령자 취업 촉진 등이다. 아베 신조 내각은 노동개혁안을 2019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관심을 끄는 것은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와 책임, 근속연수 등에 객관적인 차이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기본급과 상여금을 동일하게 지급해야 한다. 만약 차이를 둔다면 기업 측이 그 이유를 의무적으로 설명하도록 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 내용이 나온 것은 지난해 12월 말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3개월 만이다. 그만큼 아베 내각이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음을 확인해준다.
아베 총리가 노동개혁에 적극적인 이유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저성장을 돌파할 수 없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2015년 10월 출범한 아베 3차 내각은 ‘1억 총활약 사회’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일자리 부족을 막기 위해 전체 노동자의 40%를 차지하는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양적 완화 위주의 아베노믹스로 경제가 회복되고 있지만 저출산·고령화가 지속되는 한 2050년 이후에도 인구 1억명을 유지하는 목표는 달성하기 쉽지 않다. 일본의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13년 32년 만에 처음 80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용노동부가 전날 발표한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서 드러난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가 단적인 사례다. 조사를 보면 상용직 1인당 월급은 433만7000원, 임시·일용직은 157만3000원이다.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276만4000원(63.8%)이나 적게 받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차액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도 저출산·고령층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는 그 첫 단추다. 야당 대선주자들도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를 한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는 만큼 새 정부는 여느 때보다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차기 정부는 보수정권인 아베도 하는 노동개혁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선심 공약으로만 그치지 않도록 실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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