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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류샤오보 옥중 사망, 중국의 인권침해를 규탄한다(170715)

중국의 대표적인 인권운동가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가 13일 오후 끝내 숨을 거뒀다. 그의 죽음은 중국 정부에 의한 타살이나 다름없다. 류샤오보는 부당한 국가권력에 저항한 인권과 자유의 투사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그를 반정부 인사로 낙인찍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도록 방치하고, 외국에서 치료받게 해달라는 마지막 요청마저 거부했다. 전 세계에서 일고 있는 애도의 물결은 위대한 인간을 잃은 데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이지만 중국 당국의 비인도적인 처사와 중국의 인권침해에 침묵해온 국제사회에 대한 분노이기도 하다. 한 인간의 생명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이 국가권력과 국익 앞에 짓밟히는 비정한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국제사회가 류샤오보 문제를 제기하면 내정간섭이라고 무시하던 중국 정부는 규탄받아 마땅하다. 중국 정부는 그의 죽음을 감추기에 급급하는 등 그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류샤오보 사후에 나온 중국 정부의 첫 공식 반응은 외교부 성명을 통해 “국내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이 같은 인식은 과거 신장위구르 및 티베트 민주화운동을 중국의 핵심이익이라며 서방국가의 인권침해 문제 제기에 내정간섭을 하지 말라고 한 것과 궤가 같다. 하지만 정치범이라는 이유로 죽을 때까지 방치하는 것은 비인도적인 처사이자 어떠한 이유로도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중국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데는 국제사회의 책임도 크다. 국제사회는 그동안 중국의 인권침해를 한목소리로 비판하지 못했다. 커져가는 중국의 영향력과 그에 따른 국익 때문이다. 류샤오보의 죽음을 앞두고 독일과 미국 등 일부 서방국가는 그가 외국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중국 정부에 요청했지만 인권침해라는 말은 꺼내지도 못했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의 인권탄압에 앞장서서 규탄했던 미국은 이 사안에 대해 함구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여왔다. 이중적인 잣대로 인권을 운운한다면 그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는 그의 죽음을 인권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제사회는 중국이 그의 부인 류샤를 어떻게 대할지도 주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류샤가 중국을 떠나든 남든 존중해줘야 한다. 그것이 류샤오보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류샤오보는 갔지만 그가 보여준 고결한 용기는 후세에 귀감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류샤오보의 명복을 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7142051035&code=990101#csidx5e76fb6d872511ea50e64cf18da81a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