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3일 그동안 논란이 됐던 역할과 결론 도출 방법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공론화위원회는 원전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기구가 아닌 독립적 자문기구로 규정했다. 따라서 위원회는 공론화 과정을 관리해 도출된 결론을 정부에 권고하고,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공사 중단 또는 재개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시민배심원단 명칭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시민대표 참여단(시민참여단)’으로 바꿨다. 국민의 의견 수렴 방법은 숙의 여론조사 형태인 공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3개월 시한의 공론화위원회가 출범 열흘 만에 답을 내놓은 것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그동안 공론화위의 역할과 결론 도출 방법을 둘러싸고 혼선이 빚어졌다. 공론화위가 지난달 27일 브리핑에서 공론조사와 배심제라는 다른 결론 도출방식을 두고 명확히 정리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법적인 최종 결정은 정부가 내린다”고 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 같은 논란은 공론화위에 대한 불신을 낳았고, 이 때문에 위원회 활동이 사실상 중단되기도 했다. 이번 발표를 계기로 최소한 공론화위의 역할을 둘러싼 논란은 끝나야 할 것이다.
이제 공론화위가 해야 할 일은 공론조사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설계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공론화를 위한 시민참여형 조사는 약 2만명을 대상으로 1차 여론조사 후 최종 350명 내외의 시민참여단을 모집한 뒤 숙의 과정을 거친 다음 최종 조사 순으로 진행된다. 공론화위가 정부에 넘길 최종 권고안에는 건설 중단·재개 의견 비율과 찬반 선택에 대한 다양한 의견, 토론과정에 대한 쟁점과 다양한 대안 등이 담기게 된다. 그 과정이 복잡한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찬반 비율의 편차와 그것에 대한 평가와 분석 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 신고리 5·6호기 원전 인근에 사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주민들의 시민참여단 참여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인지, 1차 여론조사 결과를 공론조사가 벌어지는 기간 동안 공표할 것인지 등이다. 하나하나가 또 다른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사안이다.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운명을 결정할 ‘로드맵’이 완성된 만큼 누구나 따를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는 일이 중요하다. 공론화위원회는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공정하고 투명한 과정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부는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개입을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공론화 과정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이다. 공론조사의 정당성 확보는 물론 결과에 대한 시비를 없애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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