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들어간 비용 약 90억달러(약 10조1000억원), 추가로 투입될 비용 약 160억달러(18조원). 이쯤되면 사업을 계속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 결정하는 게 쉽지 않다. 미국의 전력회사 두 곳이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짓던 VC서머 원전 2기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2013년 착공한 원전 2기는 완공까지 공정이 40%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회사 측은 공사 지체에 따른 비용 증가, 전력 수요 정체, 저렴한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와의 경쟁 등의 이유를 들었지만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컸다. 2008년 계약 당시 추정 공사비는 115억달러(12조9000억원)였다. 하지만 공사가 지체되면서 비용은 산더미처럼 불어나 250억달러(28조1000억원)로 전망됐다. 천문학적인 매몰비용을 감수하고라도 중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소식은 ‘원전 르네상스’의 부활을 꿈꿔온 미국에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이 더 이상 원전 옹호론의 근거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원전국인 미국은 99기가 가동 중이다. 하지만 1979년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 이후 가동을 시작한 원전은 1기뿐이다. 그러다 2000년대 초 전력수요에 대한 기대와 정부의 원전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생산세액공제 및 대출보장 조치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VC서머 원전 2기와 보글 원전 2기 등 4기가 건설 중이다. 특히 원전은 청정에너지냐, 화석연료냐는 미래 에너지 논란 속에서 각광받았다.
하지만 원전은 경제성 측면에서 셰일가스 붐과 재생에너지 발전단가 하락 등으로 경쟁력을 잃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은 2022년 발전원가가 MWh당 원전 99달러, 풍력 64달러, 태양광 85달러로 원전이 가장 비쌀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도 2025년 발전원가를 MWh당 원전 95파운드, 풍력 61파운드, 태양광 63파운드로 추산했다. 중국과 러시아, 인도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는 이미 탈원전 대열에 동참했다. 미 원전 건설 중단 소식은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결정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탈원전 논란은 결국 과거와 미래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닐까.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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