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평양 마리아나 군도 남쪽 끝에 위치한 미국령 괌은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해외 관광지다. 해마다 이곳을 찾는 한국인은 일본인 다음으로 많다. 지난해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었다. 하지만 한국인에게는 끔찍한 참사 현장이기도 하다. 20년 전인 1997년 8월6일 새벽 1시40분, 김포를 출발한 대한항공 KE801편 여객기가 아가나 국제공항에 착륙하기 5분 전 추락했다. 신혼여행과 휴가를 즐기려던 승객과 승무원 등 228명이 사망했다. 폭우와 착륙 유도 장치 고장, 규정 고도를 무시한 조종사의 과실이 빚은 참사였다.
괌은 예로부터 전략적 요충지였다. 그러다 보니 섬의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원주민 차모로족이 4000년 전부터 살기 시작한 괌은 1521년 포르투갈 탐험가 마젤란의 세계일주로 서방에 알려진 이후 스페인의 식민지가 됐다. 미국이 해군을 주둔하기 시작한 것은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 중 괌을 넘겨받고서부터다. 태평양전쟁 때 일본에 약 2년7개월 동안 빼앗겼다가 1944년 7월21일 되찾은 미국은 괌에 일본 본토 공격을 위한 공군기지를 건설했다. 베트남전쟁 때는 B-52 폭격기 발진 및 재급유 기지 역할을 했다. 이후 괌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요한 미군의 군사력 허브가 됐다. 한국·일본을 후방에서 보완하고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최후 방어선이기도 하다. 괌 기지에는 약 7000명의 미군이 주둔 중이다. 머잖아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 8600명도 옮겨온다. 섬 북쪽 앤더슨 공군기지에는 B-2 스텔스폭격기와 B-1, B-52 전략폭격기 등 첨단 전투기들이 배치돼 있다. 2013년 4월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맞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1개 포대를 배치해 운용 중이다. 섬 남쪽 해군기지는 핵추진 잠수함 4척과 잠수모함 두 척의 모항 역할을 한다.
관광지 괌이 군사적 핫 스폿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9일 괌 포위사격을 경고한 북한은 10일에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4발을 괌 주위 30~40㎞ 해상으로 쏠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우리가 쏠 테니 미군은 사드로 요격해보라’는 배짱이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된다. 20년 전 여객기 참사와는 비교가 안될 재앙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찬제 논설위원
'이무기가 쓴 칼럼 > 여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적]돌아온 스티브 배넌(170822) (0) | 2017.08.21 |
---|---|
[여적]미 남북전쟁 영웅 리 장군(170814) (0) | 2017.08.13 |
[여적]만델라와 주마(170810) (0) | 2017.08.09 |
[여적]미국의 원전 건설 중단(170803) (0) | 2017.08.02 |
[여적]미·러 외교전쟁(170801) (0) | 2017.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