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지난 18일 경질됐다. 지난해 8월17일 트럼프 대선 캠프 총책임자로 합류한 지 꼭 1년 만이다. 배넌은 트럼프 당선 이후 승승장구했지만 늘 혼란의 진원지였다. 지난 2월 시사주간 타임이 그를 표지인물로 내세우고 뽑은 제목 ‘위대한 조종자’처럼 한때 그는 트럼프를 조종하는 2인자였다. 하지만 백악관은 그의 독무대가 아니었다. 주인공은 트럼프였고, 트럼프 주변에는 딸과 사위 등 경쟁자들이 즐비했다. 이 때문에 백악관의 인적 구성은 ‘배스킨 라빈스 31’ 아이스크림에 비유되기도 한다.
생존을 위한 권력게임은 불가피했다. 배넌의 주적은 글로벌리스트 4인방이었다. 트럼프의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다. 민족주의자를 대표하는 배넌은 이들과 사사건건 부딪쳤다. 지난달 말 들어온 존 켈리 비서실장마저 질서와 규율을 앞세워 분열과 혼란의 상징인 배넌을 옥죄었다. 지난 11일 샬러츠빌에서 일어난 인종차별주의자들의 폭력사태로 궁지에 몰린 배넌은 16일 온라인 진보매체 아메리칸 프로스펙트 인터뷰로 퇴장을 자초했다. ‘주한미군 철수’와 ‘북한 문제에 대한 군사적 해법은 없다’는 주장은 트럼프와 엇박자의 극치를 보였다. 최근 지난 대선에서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는 발언을 해온 배넌에 대한 트럼프의 불만도 컸다. 배넌 측은 지난 7일 사퇴 의사를 밝혔기에 경질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백악관 내 권력투쟁에서는 졌지만 배넌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가 백악관을 나와 자신이 만든 극우매체 브라이트바트뉴스에 복귀한 날 그 매체 편집장은 트위터에 ‘#전쟁’ 해시태그를 올렸다. 전쟁의 실체는 다음날 드러났다. 배넌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위해 의회·언론·경제계 반대자들과 전쟁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20일 첫 포문을 열었다. 대상자는 이슬람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에 관대한 맥매스터였다. 많은 이들은 브라이트바트의 영향력을 평가절하한다. 하지만 배넌은 TV방송 진출도 모색 중이다. 브라이트바트는 배넌에게 양날의 칼과 같다. 트럼프를 벨 수도, 자신을 벨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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