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복, 꼭 만나고 싶다.” 김사복은 5·18민주화운동을 취재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동행한 택시운전사 ‘김만섭’(송강호 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이다. 김사복의 실체는 2003년 힌츠페터가 민주화운동 공로로 제2회 송건호언론상을 받으면서 그와의 재회 희망을 밝히며 드러났다. 힌츠페터는 그후 방한할 때마다 김사복의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끝내 만나지 못한 채 지난해 1월 눈을 감았다. 그의 유해는 소원대로 광주 망월동 5·18묘역에 묻혔다. 힌츠페터 덕분에 김사복의 존재가 알려지긴 했으나 ‘김사복 찾기’는 쉽지 않았다. 김사복이 본명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 <택시운전사> 개봉을 계기로 김사복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실마리를 제공한 이는 자신을 김사복의 아들이라고 밝힌 김승필씨(58)다. 김씨는 <택시운전사>가 누적 관객수 1000만명을 돌파한 지난 19일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아버지를 영화로 소개해준 데 대한 감사, 영화로 인한 아버지에 대한 오해, 그로 인해 가족으로서 겪은 고통과 아쉬움 등을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그의 글은 진실공방을 낳았지만 김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증거를 제시했다. 그동안 김사복을 찾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실패한 것은 그를 택시운전사로 전제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함정이었다. 김씨에 따르면 김사복은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호텔 콜택시를 소유하고 운전했다. 이 차는 일반 택시와 외형이 다른 고급 승용차였다. 김씨가 제시한 사진을 보면 힌츠페터가 탄 차량과 아버지가 몰았던 차량은 검정 세단이다. 힌츠페터도 택시를 탔다고 밝힌 적이 없다. 저자로 참여한 책에서 그는 김사복을 ‘driver(운전자)’로 표현했다.
머잖아 김사복 찾기의 진실은 드러난다. 영화제작사 측이 김승필씨가 준 김사복 사진을 토대로 힌츠페터 가족 측과 확인작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만약 김사복으로 확인된다면 그는 역사적인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김승필씨는 아버지가 1984년 말 간암으로 사망했다고 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힌츠페터 옆에 묻히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살아서 두번 다시 만나지 못한 두 사람이 죽어서 함께 만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라도 김사복 찾기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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