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 없는 풍자’로 유명한 프랑스의 만평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지난달 30일 발행된 최근호는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 피해자를 신나치에 비유했다. 이 잡지는 표지에 폭우로 물에 잠긴 나치 문양과 깃발, 나치식 인사를 하듯 물 밖으로 뻗은 손과 발을 그린 만평을 실었다. 문구는 ‘신은 존재한다! 그는 텍사스의 모든 신나치를 익사시켰다’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만평이 텍사스주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버지니아주 샬러치빌에서 일어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공격에 대해 ‘양비론’ 입장을 보인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성향을 꼬집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재민을 신나치에 비유한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 구설의 핵심이다.
샤를리 에브도의 풍자의 대상은 종교 지도자나 정치 지도자를 총망라한다. 북한의 김정은이나 프랑수아 올랑드·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풍자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이 잡지는 마크롱이 당선인 시절인 지난 5월 24세 연상 부인 브리지트에 대해 기적이 일어나 임신할 수 있을 거라고 조롱하는 내용의 만평을 실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큰 파문을 일으킨 이는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였다. 샤를리 에브도는 2006년부터 무함마드 만평으로 비난을 받아온 이 잡지는 2011년 봄에는 중동의 ‘아랍의 봄’ 기념 특집호에서 무함마드의 모습과 함께 ‘웃다가 죽지 않으면 태형 100대에 처하겠다’는 문구가 있는 만평을 실었다가 화염병 공격을 받았다. 2012년에는 벌거벗은 무함마드가 성적인 자세를 취한 상태에서 ‘내 엉덩이 어때? 마음에 들러?’라는 만평으로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 급기야 2015년 1월7일에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공격을 받아 편집장을 비롯한 만화가 등 직원 10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느냐는 논란을 낳았다.
풍자에도 금기가 있다. 무슬림에게는 무함마드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이다. 홀로코스트나 인종주의적 표현도 마찬가지다. 테러를 당하고도 위축되지 않는 샤를리 에브도의 풍자 정신은 높이 살만 하다. 하지만 타종교에 대한 공격이나 사회적 금기를 넘어서면 관용도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다.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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