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 국경의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초당 떨어지는 물은 얼마나 될까. 나이아가라폴스라이브닷컴에 따르면 15만갤런이다. 1갤런은 약 3.785ℓ다. 쉽게 설명하면 보잉747 점보 여객기 약 2.63대 또는 중형 승용차 7900대의 연료탱크를 채울 수 있는 수량이다. 지난 주말 미국 4대 도시인 텍사스주 휴스턴 일대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는 전례 없는 재앙적 홍수 피해를 낳았다. 29일(현지시간)까지 강우량은 52인치(약 1300㎜)다. 단일 폭풍에 따른 강우로는 미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휴스턴에 1년 동안 내리는 비의 양보다 많다. 휴스턴이 속한 해리스카운티 홍수통제지역의 기상학자 제프 린드너는 “나흘 동안 이 지역에서 수조갤런의 폭우를 봤다. 나이아가라 폭포 수량의 15일치 분이다”라고 했다. 이쯤 되면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고 할 만하다.
하비는 사상 최악의 피해를 준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비교된다. 2005년 8월29일 루이지애나주 남부 지역에 상륙한 카트리나는 인구 45만명의 뉴올리언스를 초토화시켰다. 사망자는 1800명이 넘었고, 경제적 피해액은 1080억달러나 됐다. 카트리나는 하비보다 허리케인 등급은 낮았지만 피해가 컸다. 폭우와 홍수가 하비 피해의 원인인 반면 카트리나의 피해는 강풍과 폭풍해일이 주원인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비교되는 것은 당국의 대응이다. 카트리나가 악몽이 된 것은 당국의 인종차별적 늑장대응 탓이었다. 당시 슈퍼돔에는 고립된 주민 3만명이 피신했는데, 대부분 가난한 흑인들이었다. 이들은 음식과 물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했다. 전기가 나가고 화장실이 고장나고 강풍에 지붕이 날아가 비가 새는 최악의 조건 속에서 방치된 것이다. 휴스턴에서도 이재민 약 1만명이 조지 브라운 컨벤션센터에 수용돼 있지만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카트리나 학습효과 덕이다.
열대성 폭풍으로 약화됐던 하비는 다시 세력을 키워 텍사스 인접 루이지애나주를 노리고 있다. 루이지애나주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이미 20인치(약 51㎝)의 폭우가 쏟아졌다. 주민들은 12년 전 카트리나 참사의 악몽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숨죽이고 있다. 자연재해는 피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인재가 반복되지 않게 하는 일이다.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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