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우는 붉은 천(물레타)을 보고 돌진한다. 투우가 붉은색을 구별해서가 아니라 붉은 천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투우는 색맹이다. 하지만 대다수 동물은 인간처럼 다양하지는 않지만 색깔을 감지할 수 있다. 눈 뒤 망막에 있는 시세포 덕분이다. 시세포는 희미한 곳에서 어두운 빛을 감지하는 간상세포와 밝은 곳에서 색을 감지하는 원추세포가 있다. 빛의 파장 차이를 구별해 색을 분별하는 감각을 색각이라고 한다. 인간에게는 빨간색, 파란색, 녹색 3가지 색각이 있다. 인간은 이 3가지 색각을 조합해 무지개색을 비롯해 다양한 색깔을 볼 수 있다. 물론 인간에게도 색맹이 있다. 남성 12명 가운데 1명꼴이다. 색각은 인간이든 동물이든 먹이나 짝을 찾거나, 적으로부터 피신할 은신처를 찾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인간보다 더 많은 색각을 가진 동물은 많지 않다. 가장 많은 색각을 가진 동물은 갯가재다. 16가지나 된다고 한다. 조류 색각은 5~7가지다. 나비도 5가지 색각을 가지고 있다. 어류 색각은 대개 2가지다. 포유류 가운데 유인원이나 침팬지 같은 영장류는 인간과 같이 3가지다. 나머지 포유류는 대개 2가지다. 대신 동물에게는 인간과 달리 특별한 능력이 있다. 밤에도 사물을 분간할 수 있고, 자외선과 적외선을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예컨대 개와 고양이는 빨간색과 녹색을 흐릿하게 보지만 어둠이 내리면 인간보다 더 잘 본다. 포유류 가운데 쥐는 뱀과 같은 파충류처럼 적외선을, 나비와 거미 등 곤충류는 자외선을 볼 수 있다.
해마다 추석이 되면 벌, 특히 장수말벌에게 쏘여 숨지는 일이 잦다. 한국 등 동북아에 분포하는 장수말벌은 일반 말벌이나 꿀벌보다 독의 양이 20∼40배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벌은 파란색과 노란색, 그리고 자외선을 볼 수 있다. 옷 색깔과 벌의 공격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국립공원관리공단이 5개월간 장수말벌의 공격성향을 색깔별로 조사했다. 그 결과 검은색, 갈색, 빨간색, 노란색·초록색 순으로 강했다. 짙은 색깔에 공격성이 강한 것은 곰과 오소리, 담비 등 천적의 색상이 검은색 또는 짙은 갈색이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공단의 권유대로 벌초나 성묘를 할 때 벌에게 쏘이지 않으려면 밝은색 옷을 입는 게 좋겠다.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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