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도 다 같은 쓰레기가 아니다. 휴대폰이나 컴퓨터 같은 폐전자제품은 황제 대우를 받는다. 금이나 은 같은 노다지를 캘 수 있어서다. 금광석 1t에서는 약 5g의 금을 캘 수 있지만 폐휴대폰 1t에서는 약 150g의 금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은 3㎏, 구리 100㎏은 덤이다. 폐전자제품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금속 원자재를 만들어내는 산업이 ‘도시 광산업’이다. 자원 유출을 막고 수입도 거둘 수 있는 효자 산업이다.
쓰레기를 자원으로 재활용한 지 오래다. 2015년 전 세계에서 거래된 재활용 쓰레기는 1억8000만t으로, 870억달러(약 98조원)나 된다. 최대 쓰레기 수입국은 중국이다. 미국 쓰레기의 78%를 수입한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품 가운데 6번째로 비중이 높다. 그렇게 된 경위가 재미있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컨테이너선은 소비재로 가득 차지만 돌아갈 때는 텅텅 비기 일쑤였다. 해운업체들이 묘수를 냈다. 엄청난 할인혜택 제공이다. 그러자 재활용 업체들이 쓰레기를 수출하게 됐다는 것이다. 해운업체와 재활용 업체의 이해관계가 만들어낸 합작품인 셈이다.
한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울 때 나오는 석탄재다. 국내 수입 쓰레기 중 부동의 1위 품목이다. 석탄재는 시멘트를 만들 때 점토 대신 쓰인다. 2013년 화력발전소에서 나온 석탄재는 821만t이다. 588t만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매립됐다. 그런데 시멘트 업계는 그해 일본에서 석탄재 약 135만t을 수입했다. 남아도는 석탄재를 매립하면서 수입하는 까닭은 어처구니가 없다. 처리 비용이 비싼 일본이 한국 업체에 돈을 대주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석탄재 1t을 처리하려면 약 20만원이 든다고 한다. 일본은 한국 업체에 t당 5만원 정도 지원하는데, 한국 업체는 비용 2만원을 제외하고도 약 3만원이 남는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달 CNN은 중국이 미국산 쓰레기 수입을 전면 금지해 미국 재활용 업체들이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연 50억달러의 수익이 사라지게 됐으니 당연하다. 중국 당국은 심각한 환경문제를 이유로 댔지만 미국과의 통상전쟁의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이 석탄재를 계속 수입하는 것은 업자 배불리기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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