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단어로 된 해시태그가 소셜미디어를 달구고 있다. ‘미투(#MeToo)’다. “나도 성폭행 피해자다”라는 의미다. 성추행 및 성폭행에 반대한다는 강력한 의사 표현이다. 미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65) 성추행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 운동을 전개한 이는 미국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45)다. 밀라노는 지난 15일 트위터에 “성추행이나 성폭력을 당한 여성이라면 ‘미투’라고 써달라”고 제안했다. ‘미투’ 트윗은 하루 만에 50만건 이상이 쇄도했다. 페이스북 사용자도 60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가수 레이디 가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스캔들 주인공인 모니카 르윈스키 등 이미 알려진 유명인은 연대를 표했다. 할리우드 여배우들도 감춰온 과거를 앞다퉈 고백하고 있다. 유명인이나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동참하고 있다. 이 운동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만연하고 있는 성추행 문화를 바꿀 사회운동으로 잡리잡아 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과거에도 유명인의 성추행 및 성폭행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2015년 유명 코미디언 빌 코스비의 성추문, 올해 폭스뉴스 간판 앵커 빌 오라일리 성추문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와인스타인 성추행만큼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그때도 당사자는 반성하고, 시민들은 분노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와인스타인 성추행 사건이 세인의 관심을 끈 것은 무엇보다도 유명인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앤젤리나 졸리, 기네스 펠트로 같은 톱스타들이 희생자다.
미투 해시태그 달기 운동이 폭발적인 지지를 받는 것은 좋은 신호다. 성추행이 모두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정과 학교, 일터, 거리 등 어디에도 성추행 안전지대는 없다. 성희롱 예방교육도 소용없다. 부끄러워하지 않는 남성들 탓이다. 유명 영화감독 우디 앨런은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을 두고 ‘마녀사냥’이라고 했다가 비난받았다. 특히 1년 전 대선후보 시절 음담패설로 큰 곤욕을 치른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마당이니 여성들의 좌절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더 이상 “나도 당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 날까지 미투 해시태그 달기 운동이 이어지면 좋겠다.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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