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65)의 인생은 미국 법무부가 그를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법 소송으로 완전히 달라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세계 최고 부자’에서 ‘최고 자선사업가’로 거듭났다. 소송이 한창이던 2000년 부인과 함께 자선단체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만들었다. 당시 재산의 71%인 203억달러를 재단에 기부했다. 이후 그는 재단을 통해 에이즈와 소아마비 같은 감염병 퇴치, 후진국 경제 개발, 기후변화 해결에 헌신해왔다. 그가 2008년 MS 최고경영자, 2014년 이사회 의장에 이어 지난달 이사마저 그만둘 것이라고 한 이유는 “국제 보건과 개발, 교육, 기후변화 대응 같은 자선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서”였다.
빌 게이츠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넷플릭스 다큐 <인사이드 빌 게이츠>는 그의 머릿속을 보여준다. 후진국 위생문제 해결을 위해 그는 화장실 혁신 프로젝트에 매진하고, 소아마비 근절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다.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서는 테라파워라는 회사를 세워 안전한 원자력을 이용해 전력을 공급하는 방안을 찾으려 이 분야 천재들과 머리를 맞댄다. 그의 노력이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다. 화장실은 전망은 있지만 돈이 많이 든다. 소아마비 발병자는 여전히 생긴다. 안전한 원자력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좌절됐다. 그는 포기할 때 포기하고, 힘들 때 힘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친다.
코로나19로 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2015년 TED 강연에서 한 예언적 발언 때문이다. 그는 다가올 지구적 재앙은 전쟁이 아닌 바이러스가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에볼라 대응 실패를 지적한 그는 전염병 대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아예 시스템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는 이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많은 국가 지도자들은 대응 시스템 부족 탓에 허둥댔다. 게이츠는 소신 있게 나섰다. 감염병 백신 개발을 비롯해 인류의 관심사 해결을 천착해온 덕분이다. 코로나19는 어쩌면 빌 게이츠에게 자선행위가 기회주의라는 지탄을 넘어 그의 진면목을 보여줄 기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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