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0년 마지막 날 오후. 프랑스 유명 작가 에드몽 공쿠르는 파리 시내 한 푸줏간에서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어린 코끼리의 몸통과 심장, 낙타의 콩팥 등이 고기로 팔리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공쿠르는 코끼리 이름까지 알고 있었다. 파리 시민이면 누구나 다 아는 파리동물원의 ‘폴릭스(Pollux)’였다. 독·불전쟁이 한창이던 파리는 3개월째 봉쇄 상태였다. 식량과 연료 등 생필품난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 고양이와 쥐가 주식이 된 지 오래였다. 공쿠르는 “모두가 뭘 먹을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며 한 치 앞도 모르는 당시의 참담한 상황을 전했다. 도살된 코끼리 폴릭스 스토리는 전쟁이 낳은 슬픈 동물원의 한 장면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은 또 다른 동물의 비극을 연출하고 있다. 동물원 동물도 코로나19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미국 뉴욕시 브롱크스동물원의 말레이시아 호랑이는 코로나19 확진 판결을 받은 첫 호랑이가 됐다. 코로나19에 걸린 직원에 의해 전염됐다고 동물원 측은 밝혔다. 사람과의 교감을 중시하는 일부 동물들은 동물원 폐쇄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BBC방송에 따르면 베를린동물원의 오랑우탄과 침팬지는 사람을 매우 그리워하고 있고, 물개와 앵무새는 따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모스크바동물원의 느림보 자이언트 판다 두 마리는 어쩌다 사람이 우리로 접근하면 속보로 다가올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오랜 폐쇄에 따른 재정난과 먹이 부족으로 겪는 고통에 비할 바는 못된다.
최근 끔찍한 소식이 전해졌다. 독일 북부의 노이뮌스터동물원이 최후의 수단으로 사육 동물을 안락사 시켜 다른 동물의 먹잇감으로 활용하는 비상계획까지 세웠다는 것이다. 안락사 순서까지 정했다고 한다. 운 좋게도 700여마리 중 최후까지 살아남을 동물은 ‘피투스’라는 북극곰이다. 이 동물원 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굶어죽게 두는 것보다 안락사가 낫다”고 했다. 독일 당국의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극약 처방으로 보이지만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150년 전 ‘파리 봉쇄’ 때 동물원 동물들이 시민들을 먹여살리는 데 일조한 사실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인간의 도움의 손길 부족으로 동료의 먹이가 되는 동물의 운명은 너무나 잔인하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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