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총사령관 맥아더 장군은 해리 트루먼 미 대통령과 갈등을 겪었다. 중공군 참전이 계기였다. 공산주의 타도가 목표였던 맥아더는 확전을 원했다. 북한·만주·연해주에 원자폭탄을 투하하자고 요청하고, 장제스의 중화민국군 참전을 주장했다. 트루먼은 소련 개입을 우려해 휴전을 원했다. 결국 트루먼은 맥아더를 해임했다.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관례를 깬 것이다. 맥아더뿐 아니라 미국에도 불명예였다.
명령 복종은 군인의 의무다. 항명은 곧 해임을 뜻한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명령이 명백히 부당하거나 헌법상 시민의 권리를 침해한 경우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4월, 미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함장 브렛 크로지어는 ‘선원을 하선시켜 달라’는 서한을 해군에 보냈다. 항모 내 코로나19 감염자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함장의 당연한 권한이었지만 이 사실이 언론에 공개돼 논란 끝에 경질됐다. “불필요하게 가족을 걱정했고, 지휘계통을 악화시켰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군에서 해임당하지는 않았다. 지난 2월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소속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이 NSC에서 잘린 뒤 국방부로 원대복귀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대가였다. 맥아더 역시 육군참모총장 시절 육군 감축을 주장하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 맞서다 해임 직전까지 몰린 적이 있었지만 자리를 지키는 동시에 소신 있는 행동으로 칭송받았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명예로운 항명’ 대열에 합류했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11일 조지 플로이드 추모 시위 진압에 나선 주방위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트럼프의 ‘연방군 투입’에 반대 의견을 낸 데 이은 2차 항거였다. ‘Yesper(Yes+Esper)’라는 별명과 정반대 행동이다. 그와 함께 ‘트럼프의 군 복심’으로 불리던 밀리 합참의장도 이날 트럼프가 지난 1일 시위대를 강제해산하면서 벌인 ‘포토 쇼’에 들러리 선 것에 대해 사과했다. 군 통수권자인 자신에게 반기를 든 군의 1·2인자에게 트럼프는 ‘트윗해고’를 날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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