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미국 오리건주와 미시간주의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 40여명이 식중독에 걸렸다. 당국의 조사 결과 덜 익은 쇠고기 패티가 문제였다. 다진 쇠고기로 만든 패티에서 당시 잘 알려지지 않았던 O157:H7이라는 장출혈성대장균이 발견된 것이다. 이 박테리아는 적혈구를 손상시켜 빈혈과 구토, 피가 섞인 설사를 유발한다. 대개는 증상 후 5~7일이 지나면 호전되지만 심할 경우 신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 바로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이다. 햄버거를 먹고 이 병에 걸렸다고 해서 ‘햄버거병’으로도 불린다.
국내에서도 이 병이 논란이 됐다. 2016년 9월, 당시 만 4세 아이는 가족과 함께 경기 평택의 유명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아이는 다음날 구토를 시작하더니 혈변을 봤다. HUS였다. 결국 아이는 신장 기능의 90%를 잃고 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어머니는 패티 때문에 HUS에 걸렸다며 2017년 7월 회사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듬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회사 측을 불기소 처분했다. 어머니는 민사소송 끝에 지난해 11월 회사 측과 합의했다.
경기 안산의 한 사립유치원에서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면서 햄버거병이 다시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발병 열흘째인 26일 현재 식중독 감염자 100여명 중 23명이 입원치료 중이다. 이 가운데 15명이 HUS 증상을 보이고 있다. 4명은 신장 기능이 떨어져 투석치료까지 받고 있다. 최악의 경우 혈액투석기나 인공신장을 평생 달고 살아가야 한다. 코로나19로 마음을 졸이며 아이들을 보낸 학부모로서는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날까지 식중독의 원인이 된 음식이 무엇인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다가 문제의 유치원은 2년 전 회계비리 감사에 걸린 전력이 있다고 한다. 이런 내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린 청원인의 마지막 글귀가 아린다. “엄마가 미안하다…너를 그 유치원에 보내지 않았더라면.” 문재인 대통령이 신속한 조사를 지시했고, 교육부가 발병 10일 만에 뒤늦은 사과를 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잘했다고 기뻐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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