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는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스티브 배넌, 스티븐 밀러가 꼽힌다. 당선의 일등공신은 배넌이다. 트럼프는 그를 위해 수석전략가라는 자리까지 만들었다. ‘트럼프의 복심’으로 불리는 32세 밀러에게는 선임고문 직함을 줬다. 사위 쿠슈너와 동급이다. 배넌은 2018년 트럼프와의 갈등 끝에 백악관을 떠났지만, 나머지는 지금껏 건재하다.
이들에 비하면 로저 스톤(68)은 드러나지 않은 인물이다. 2016년 대선 때 큰 공을 세웠지만 백악관 근처에는 가지도 못했다. 공화당의 유명 정치 전략가인 스톤은 ‘흑막 정치의 달인’으로 불린다. 두 사람은 1979년 전설적 변호사이자 뉴욕 최고 실력자 로이 콘(1927~1986)의 소개로 만났다. 콘은 트럼프의 멘토이자 해결사였다. 2017년 5월 ‘러시아 게이트’로 곤경에 빠진 트럼프가 “나의 로이 콘은 어디에 있나”라고 말할 정도로 영향력을 끼쳤다. 스톤은 트럼프의 야망에 불을 질렀다. 1984년 뉴욕 주지사 도전이 첫 제안이었다. 트럼프는 거절했다. 스톤도 포기하지 않았다. 1998년에는 ‘트럼프 대망론’을 제기했다. 그리고 2016년 결실을 맺었다.
스톤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트럼프 캠프에 고문으로 합류했지만 곧 떠나야 했다. 하지만 이내 ‘비선’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그는 대선 1년여 전 트럼프의 여성 성적 비하 테이프 공개 때 맞불작전으로 솜씨를 발휘한다.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장 맨 앞에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성 비위로 고발한 여성들을 앉힌 것이다. 클린턴은 크게 당황했다. 선거 직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클린턴 캠프의 e메일 해킹 뒤에도 그의 이름이 어른거렸다. 스톤은 러시아 정보기관과의 접촉은 부인했지만 위키리크스와 접촉한 사실은 인정했다. 우여곡절 끝에 러시아와의 내통 혐의는 피했지만 허위진술 등 혐의로 40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트럼프가 형 집행 나흘 전인 지난 10일 스톤에게 감형조치를 내려 복역을 면하게 해줬다. 그에 대한 보은이자 오는 11월 대선 때 다시 쓰겠다는 뜻이다. 승기를 잡았던 조 바이든 후보 측이 아연 긴장하고 있다. 스톤은 과연 대선 승부의 추를 되돌릴 ‘게임 체인저’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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