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4일 새벽, 미국인의 시선이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의 입에 쏠렸다. 미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이었다. 어산지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뒤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에게 유리한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는 소문 때문이었다. 어산지는 그해 7월부터 클린턴에게 불리한 e메일을 폭로해왔다. 하지만 ‘한 방’은 없었다. 오히려 사흘 뒤 트럼프에게 불리한 소식이 터졌다. 워싱턴포스트의 음담패설 녹음파일의 공개였다. 약 5%포인트 뒤진 트럼프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대선을 11일 앞둔 10월28일, 반전 카드가 나왔다.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클린턴 e메일 재수사 방침을 밝힌 것이다. 대선 이틀 전 무혐의 결론이 났지만 클린턴의 신뢰가 크게 손상된 뒤였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코미 국장과 어산지가 트럼프 당선의 숨은 주역이라는 말이 나왔다.
미국에서는 대선 전달인 10월에 선거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막판 이벤트를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의 이변)’라고 부른다. 1972년 대선이 그 시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재선이 걸린 당시 대선의 최대 쟁점은 베트남전쟁이었다. 대선 12일 전인 10월26일, 헨리 키신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기자들에게 말했다. “평화는 가까이(at hand) 있다고 믿는다.” 사실은 달랐다. 전쟁은 2년 반이나 더 이어졌지만 어쨌든 닉슨은 재선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대선 개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변이 현직 대통령에게 유리한 것만도 아니다. 지미 카터와 로널드 레이건이 맞붙은 1980년 대선 쟁점은 이란 미대사관 인질사건이었다. 대선 전 인질이 석방되면 카터에게 유리한 국면이었다. 하지만 이란 정부, 카터 행정부 모두 대선 이후에도 인질 석방은 없다고 했다. 카터는 재선에 실패했다.
‘전염병 대통령’으로 불리는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이 지난 27일 ‘코로나19 백신 10월 개발’ 가능성을 언급했다.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미 언론들의 관점은 달랐다. 트럼프가 기대하는 옥토버 서프라이즈라는 데 주목했다. ‘3차 북·미 정상회담’처럼 막판 역전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백신 개발 독려에 더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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