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뒤를 아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었을 때 국제사회는 새 북한 지도자의 미래를 불안하게 보았다. 하지만 그는 이내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며 신속하게 북한을 장악했다. 그렇다고 공포정치만 앞세우지 않았다. 은둔형의 아버지와 달리 공개석상에 나타나는 등 정상국가를 지향하고 나섰다.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노동당 제1비서에서 국무위원장으로 공식 직함도 바꿨다. 정상국가의 정부수반을 염두에 둔 변경이었다.
집권 9년차를 맞은 김 위원장이 1인 지도 체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0일 김 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 일부 측근들에게 자신의 권한을 이양하는 방식으로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지도자의 ‘권한 나누기’는 중대한 변화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통치 스타일 변화의 이유로 ‘통치 스트레스 경감’과 ‘정책 실패 시 책임 피하기’를 들었다. 미국의 경제제재와 코로나19, 수해 3중고를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으로도 보인다. 경위가 어떻든 권력을 장악한 자신감이 토대가 됐음은 분명하다.
김정은식 위임통치에서 더욱 도드라지는 이가 김여정이다. 김여정은 대남·대미 업무를 총괄한다. 최종 결정권은 김 위원장에게 있지만 사실상 2인자이다. 김여정의 2인자 역할은 지난 6월 대북전단 문제로 대남 파상 공세를 펼칠 때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그는 “김 위원장에게서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한다”고 했다. 위상이 강화된 김여정이 후계자가 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지만 국정원은 이에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의 위상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전문가들도 “북한식 21세기형 통치체제 확립 중” “김정은 일가 위상 강화” 등으로 해석했다.
중요한 것은 김 위원장의 통치 스타일 변화가 한반도 정세에 미칠 결과이다. 이는 상당 부분 김 위원장 본인의 행보에 달려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9일 당 전원회의에서 경제정책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이 역시 ‘무오류’의 지도자상을 추구하는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에게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김 위원장이 달라졌다”는 말을 더 많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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