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일간지 빈과일보(蘋果日報)의 로고는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 애플처럼 ‘한 입 베어먹은 사과’다. 제호의 ‘빈과’는 사과를 뜻한다. 하지만 사과의 의미는 다르다. 애플은 IT기업답게 중력을 발견하게 한 아이작 뉴턴의 사과다. 빈과일보는 성경에 나오는 선악과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지 않았다면 악도 뉴스도 없었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빈과일보는 홍콩에서 발행부수(10만부)가 두번째로 많은, 반중국 성향의 대표적인 매체다. 1995년 6월 창간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설립자 지미 라이(黎智英·72)는 창간 직전 도발적인 TV광고를 만들었다. 사격 표적지처럼 자신의 머리 위에 사과를 얹은 광고였다. 기존 매체에 던진 도전장이나 다름없었다. 다른 신문과 달리 타블로이드 판형을 도입하고, 표준중국어 대신 광둥어를 썼다. 판매 전략도 파격적이었다. 다른 신문보다 절반 이하의 낮은 가격으로 첫날에만 20만부를 팔았다. 하지만 ‘옐로·파파라치 저널리즘’을 추구해 정론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반중 매체가 된 계기는 2003년 둥젠화(董建華) 당시 행정장관의 국가보안법 추진이다. 1면에 반대 및 민주화 세력 지지 기사를 실었다. 그 대가는 ‘광고 보이콧’이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 시위(우산혁명) 때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지지했다.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와 올해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를 주도하며 명실상부한 민주화 세력의 대변지가 됐다. 당연히 설립자 지미 라이는 중국 정부에 눈엣가시였다. 그는 송환법 반대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7월 미 백악관을 방문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을 만남으로써 중국 당국을 자극했다. ‘시위 배후조종 4인방’으로 지목되면서 지난 6월 말 홍콩보안법 시행 후 최우선 체포 대상에 올랐다.
홍콩 경찰이 지미 라이와 일부 기자를 체포하면서 빈과일보가 홍콩 민주화의 새로운 상징으로 떠올랐다. 중국의 무자비한 조치에 성난 홍콩 시민들이 구독운동에 동참해 발행부수가 50만부 이상으로 5배나 늘었다. 모기업 넥스트 디지털의 주가는 주식 사주기 열풍 덕에 이틀 새 12배 이상 올랐다. 중국 및 홍콩 당국은 세계인이 빈과일보의 운명을 주시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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