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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12곳 더 돌려받는 미군기지, 오염 정화 비용은 영구미제되나(201212)

정부가 서울 용산기지 일부를 비롯해 미군기지 12곳을 돌려받기로 11일 합의했다. 서울·지방 6곳씩으로, 대부분 지자체가 지역 개발을 위해 조속한 반환을 요구한 곳이다. 일부 기지는 향후 공원이나 주거단지 등 공공재로 개발되지만 과거처럼 미국의 환경오염 정화 없이 넘겨받기로 해 막대한 정화 비용마저 떠안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향후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이번 반환 기지 중 눈에 띄는 곳은 용산기지 내 스포츠 부지와 지하철 1호선 남영역 인근 캠프 킴이다. 처음으로 용산기지 내 부지가 포함되고 용산기지 반환의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환경부 환경조사보고서에는 이곳에서 기준을 초과하는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검출된 바 있다. 캠프 킴에서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한 다이옥신이 처음 검출됐다. 용산기지 스포츠 부지는 반환 후 공원으로, 캠프 킴은 공공주택으로 조성키로 해 무엇보다 환경오염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미군기지 오염 정화 비용 문제는 2001년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환경조항을 신설한 후 양국이 이견을 보이면서 반환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었다. ‘인간 건강에 대한 급박하고 실질적인 널리 알려진 위험’에 대한 해석을 두고 양측 의견차가 컸던 것이다. 정부는 이번 합의를 하면서 오염 정화 비용을 우선 부담하고 비용 분담은 추후에 협의하기로 했다. ‘선 보상, 후 비용 청구’ 방식은 지난해 12월 기지 4곳을 돌려받을 때도 적용했던 방식이다. 한국이 먼저 부담해야 할 정화 비용은 지난해와 올해만 해도 2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환경 정화 조치를 요구하고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1년 만에 협상 개시부터 반환까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 실제로 정부는 합의를 서둔 배경에 대해 “지역사회가 직면한 경제·사회적 어려움”을 들었다. 땅값이 오르면 지자체 매각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정부의 처지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경제적 이유로 환경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조속한 반환 못지않게 깨끗한 기지를 돌려받는 것도 중요하다. 남아 있는 반환 대상 미군기지는 12곳이다. 개별 기지 반환 협상보다는 미국이 환경 정화 비용을 부담하도록 SOFA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