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뉴스는 미국의 시청률 1위 케이블 방송이다. 지난 3일 대선 개표방송에서도 모든 방송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보수 성향 폭스뉴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가 없다. 2016년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1등공신 가운데 하나였다. 트럼프는 2011년 아침 프로그램 <폭스 앤드 프렌즈>에 고정 출연하면서 관계를 맺었다. 사내 성추문을 다룬 영화 <밤쉘>의 장본인인 로저 에일스 전 폭스뉴스 회장(2017년 사망) 덕분이었다. 당선 후에는 주요 인사들을 백악관과 행정부에 중용하며 공생관계를 이어갔다. 대표 인사가 <폭스 앤드 프렌즈> 앵커 출신인 헤더 나워트 전 국무부 대변인과 해설자 출신인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다. 폭스뉴스와 백악관 간 ‘회전문 인사’만 20명이 넘는다. ‘국영 TV’라는 비아냥이 나올 만하다.
그런데 이번 대선을 계기로 양측의 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 지난 9일 폭스뉴스의 닐 카부토 앵커는 생중계하던 백악관 대변인의 기자회견 중계를 끊었다. 케일리 매커내니 대변인이 근거 없이 ‘민주당의 선거 사기’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대선 사기 주장에 대한 폭스뉴스 앵커들의 불만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일에는 간판 앵커 크리스 월리스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승자로 보도하면서 “선거 결과를 바꿀 만한 심각한 사기 정황은 없다”고 했다. 당시 앵커들이 바이든을 당선자라고 부르지 못하게 하는 경고 메모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던 때다. 트럼프도 폭스뉴스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대선 당일 밤 폭스뉴스가 경합주인 애리조나에서 바이든 승리를 점치자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사주인 루퍼트 머독에게 항의전화를 했다. 트럼프 자신도 지난달 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바이든 지지 연설 장면을 계속 방송하자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린 바 있다.
폭스뉴스의 태도 변화는 머독 없이는 설명할 수 없다. 그는 트럼프처럼 뛰어난 장사꾼이다. 트럼프와의 거리 두기는 ‘포스트 트럼프’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빌 클린턴과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1위를 지켰던 비결이었다. 폭스뉴스 공동회장인 머독의 장남 라클란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우리는 1위를 고수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시대에도 폭스뉴스의 이런 전략이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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