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물류창고 공사장에서 일어난 추락사였다. 20일 경기 평택시 한 물류센터 신축공사장의 5층 천장에서 콘크리트 골격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노동자 5명이 10m 아래로 떨어져 3명이 목숨을 잃고 2명은 중상을 입었다. 추락사는 건설 현장 산재사망 사고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자주 일어난다. 올 상반기에도 건설 현장에선 지난해보다 11% 늘어난 254명이 산재로 사망했고, 그중 절반인 126명이 추락사였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 논의가 국회에서 지척되는 중에 5명의 사상자를 낸 큰 사고가 다시 터진 것이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가 숨지거나 다수의 피해를 낸 산재가 발생하면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 기업을 처벌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21대 국회에서도 지난 6월 정의당이 1호 법안으로 발의하고 여야가 법 제정에 한목소리를 냈지만 정기국회 내 처리에는 실패했다. 국회에는 민주당(3건)과 국민의힘(1건)이 발의한 것까지 5건의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민주당에선 50인 미만 사업장의 4년 유예 방안 등을 두고 내부 이견이 표출되고, 정의당은 전체의 98.8%를 차지하는 이 사업장들이 유예되면 법 제정 이유와 실효성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법 제정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내용이 헌법 등에 저촉될 수 있는지에 대해 신중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년 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김용균씨 어머니도 단식농성 중인 12월 임시국회에서도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이대로면 법 제정이 해를 넘길 판이다.
국회는 잇단 노동자들의 죽음에 일말의 책임이 있음을 통감하고 하루빨리 중대재해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 민주당은 다음달 8일 끝나는 12월 임시국회에서 입법을 마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날 평택에서 난 물류창고 추락사고도 소규모 하청업체가 진행하다 일어났다. 여야는 중대재해를 막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 제정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기 위해 그 시점은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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